가을 수원팔경

삼한시대의 수원(水原)이름은 모수국(牟水國)이었다. 삼국시대에는 매홀(買忽), 통일신라시대에는 수성(水城), 고려시대 초기에는 수주(水州)였고 고려시대인 1217년부터 수원이라는 지명이 등장했다. 모두 물과 관련있는 이름이었다.

옛날의 수원은 지금의 수원 중심가에서 훨씬 서쪽지역에 있었다. 원래 수원이 자리잡고 있던 현재의 화성군 서쪽은 대부분이 바다였으며 지형이 야트막한 야산으로 이루어져 그 사이로 호수나 저수지 같은 물이 많기로 유명했다. 조선조 정조가 부친 사도세자의 능침을 양주 배봉산에서 수원 화산으로 옮기고 화성을 축성(1794∼1796년)하면서 새로운 도시를 팔달산 아래에 건설했는데 바로 오늘의 수원이다.

수원은 예로부터 산자수명하여 아름다운 경치가 많아 광교적설(光敎積雪), 북지상연(北池賞蓮), 화홍관창(華虹觀漲), 용지대월(龍池待月), 남제장류(南堤長柳), 팔달청람(八達晴嵐), 서호낙조(西湖落照), 화산두견(花山杜鵑) 등 아름다운 수원팔경과 수원춘(春)팔경, 수원추(秋)팔경을 자랑했다. 그런데 가을의 수원팔경은 홍저소련(弘渚素練:흰 비단을 펼친 듯, 물살이 장쾌하게 쏟아지는 화홍문의 경관), 석거황운(石渠黃雲:만석거 주변에 누렇게 익은 벼들의 황금물결같은 풍경), 용연제월(龍淵霽月:맑은 하늘 달 밝은 가을밤의 용연 풍경), 구암반조(龜巖返照:저녁볕이 찬란하게 비치는 구암의 경치), 그리고 서성우렵(西城羽獵:가을사냥이 한창인 화서문 밖의 풍경), 동대화곡(東臺畵鵠:활쏘기가 벌어진 동장대 정경), 한정품국(閒亭品菊:미로한정에서 국화꽃을 앞에 놓고 감상하는 정경), 양루상설(陽樓賞雪:화양루에서 늦게 내리는 눈을 감상하는 정경)이다.

요즘 낮에는 더위가 한창이지만 아침 저녁으로는 시원한 바람이 분다. 가을 팔경의 옛 수원산천을 상상해 보면 운치가 넘친다.

/淸河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