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중부경찰서 강력반 김모형사(43)는 지난6월 명문 Y대학교에 재학중인 정모씨(28)의 성범죄사건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뜻밖의 여죄를 밝혀냈다.
정씨가 지난해말 건국대학교 부근에서 히로뽕 공급책으로부터 히로뽕을 넘겨받은뒤 상습투약했다는 사실. 김형사는 “정씨가 명문대생인데다 대학교 부근에서 히로뽕을 구입해 놀랐다”고 말했다. 최고의 지성인 상아탑까지 독버섯처럼 번지고 있는 사실이 확인된 것이다.
인천소재 N택시 운전기사 Y모씨(46)는 지난4월 새벽 인천시 부평구 부평동 부평로타리 부근 자신의 영업용 택시안에서 은박지에 쌓인 물건을 발견했다. 손님이 놔두고 간 것으로 보이는 이 은박지안에는 대마 1kg이 담겨있었다.
호기심이 발동한 Y씨는 자신의 집 화장실 등에서 두차례에 걸쳐 담뱃속을 빼낸뒤 대마가루를 넣어 피웠다.
마약공포가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다. 비교적 마약청정지대로 꼽혀왔던 우리나라가 마약중독자가 급속도로 늘어나고 있어 사회문제화하고 있다.
그동안 특정 직업군 중심으로 이뤄지던 것이 점차 투약계층이 다양화, 연소화하고 있어 경종을 울려주고 있다. 경기경찰청에 따르면 올들어 지난7월말까지 적발된 마약류사범은 448명으로 지난해 같은기간 358명보다 25% 급증했다.
적발된 사범을 유형별로 살펴보면 유해사범이 200명으로 가장 많았고 다음으로 향정신성사범 123명, 대마사범 106명, 마약사범 22명 순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는 인구 10만명당 마약사범의 수가 처음으로 20명을 넘어서 국제 마약우범국가로 분류되는 반갑잖은 기록을 남겼다. 이는 일본(14명), 중국(18명)보다도 훨씬 높으며 미국(576), 태국(161), 말레이시아(69)보다 낮은 수치다.
김효선 마약계장은 “사회전반의 경기회복세에 따른 퇴폐, 향락주의 풍조가 만연돼 필로폰 투약 및 신종 마약류 사범이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마약은 도박, 매춘 등과 더불어 개인과 사회의 건전성을 위협하는 대표적 해악.
그만큼 인간의 취약한 본능을 자극하고 유혹하는 악마성이 크다.
사용마약류도 대마초 등 약한 종류에서 필로폰, 에스터시 등 강력한 마약류로 옮겨가고 있다. 특히 근래들어 야오토우완(요두환)이란 신종마약이 유흥가를 중심으로 번져가고 있는 실정이다. 이 약은 복용하면 4∼5시간동안 미친듯이 머리를 흔들기 때문에 중국에서는 ‘머리를 흔드는 알약’으로 불리기도 한다.
일단 마약에 중독되면 마약성분이 혈관내에서 효력을 발휘할때만 환각상태에 빠져들었다가 약효가 떨어진 뒤에는 무기력증과 함께 이성을 잃기 때문에 정상인으로서 생활을 못하게 된다. 이에 따라 다니던 직장이나 사업도 잃게되고 마약구입에 필요한 돈을 얻기위해 범죄행위도 서슴지 않는다.
중독자 한사람이 여러명의 추가투약자를 끌어들이고 이들이 다시 여러명을 끌어들이는 방법으로 폭발적인 증가세를 유도하고 있다. 밀매루트를 차단하지 못하고 이런 허점을 틈타 마약중독자가 피라미드식으로 증가한다. 마약의 무서움은 바로 여기에 있다.
경찰은 전국의 마약공급, 제조책 계보도를 작성, 이를 전산화시켜 동향파악에 나서는 한편 각 경찰서의 마약수사 지도를 통해 적극적인 마약사범 검거 활동에 나서고 있다. 그러나 마약류 사범 검거율은 낮다. 점조직으로 이뤄진 마약류공급책들이 007작전을 뺨치는 마약공급작전을 벌이기 때문이다.
철저한 공급자 주도 시장인 마약판에는 노출을 피하기 위해 수많은 은어가 난무한다. 대마초는 ‘떨’,필로폰은 ‘술’로 통하며, 마약공급자는 ‘상선’이다.
소비자인 하선은 대개 상선의 연락처를 모를 뿐더러 한번 상선을 놓치면 다시는 마약을 공급받지 못하므로 자신이 검거돼도 철저히 입을 다문다.
상선은 다시 수십 kg대의 생산밀수업자인 공장으로부터 아랫급 도매상인 공장선, 수백대 중간상인 공장아랫선 등으로 나뉜다. 첫거래시 휴대전화와 호출기를 몇개씩 소지한 상선이 하선을 이곳저곳 이동시키며 함정단속가능성을 점검하며 단속망을 피하고 있다. 재범율이 다른 사건보다 높으므로 철저한 단속과 함께 재활프로그램 등 총체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심규정·신동협기자 kjshim@kgib.co.kr
지난7월 경기경찰청에 마약계가 신설돼 본격 활동에 들어갔다. 그 동안 마약사범수사는 지방청 형사과 폭력계에서 처리해와 전문성이 크게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아왔으나 이번 마약계가 신설됨에 따라 앞으로 수사인력의 전문성 제고와 함께 마약범죄척결에 기여하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마약계는 김효선경감(52)을 팀장으로 일선 경찰서에서 마약수사에 이름을 날렸던 형사 6명을 착출, 구성했다. 다음은 김경감과의 일문일답.
- 수사에 어려운 점은
▲ 마약범죄는 다른 범죄와는 달리 광역화한다는 점이다. 따라서 전국을 무대로 수사를 해야하기 때문에 인력 및 장비확충이 시급하다. 지난7월 범인의 아지트를 확인, 현장을 덥쳤으나 범인 등 4명이 있었다. 당시 출동한 경찰관은 고작 6명뿐이었다.
- 그동안 에피소드는
▲ 마약공급조직은 점조직으로 이뤄져 있어 꼬리잡기가 힘들다. 특히 시간장소를 수시로 바꿔가며 접선해 수사에 어려움이 크다. 한번은 범인의 사무실로 지목된 곳을 급습했다. 여직원에게 총을 들이댔으나 헛짚었다. 사과하고 나오는데 정말 미안한 생각이 들었다.
- 앞으로 운영방침은
▲ 30개 일선 경찰서에 60여명의 마약전담요원을 지정했다. 앞으로 마약수사전문화를 위해 수사요원을 직무학교와 수사연구소에 전원, 입교시켜 교육시킬 방침이다.
이와 함께 유관기관인 검찰, 식약청, 마약퇴치운동본부 등과 매년 두차례 특별단속을 벌일 방침이다. 아울러 마약계를 신고센터로 운영해 전화제보는 물론 인터넷제보, 전화상담도 병행할 방침이다.
/신동협기자 dhshin@kg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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