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대통령이 빌 클린턴 미국대통령과의 7일 회담에서 4자회담을 제안하기로 한 것은 한반도의 긴장완화를 확고히 담보하기 위해선 4자회담이 가장 좋은 방안이라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한반도의 완전한 평화체제를 이룩하기 위해서는 남북한과 미·중으로 구성돼 있는 4자회담에서 한반도의 휴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바꾸는 합의가 이뤄져야 하며 평화 협정의 당사자는 남북한이 되고, 미국과 중국이 이를 지지하는 방식이 바람직하다는 것이 김 대통령의 구상이다.
지난해 8월 이후 중단된 4자회담을 김 대통령이 최근 남북관계 호전 상황에서 적극 활용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하고 나선 것은 이 회담이 한반도 통일장정에서 반드시 거쳐야 할 과정이라는 판단 때문이다.
김 대통령은 최근 CNN방송과의 회견에서 “남북한과 미국, 중국이 참여하는 4자회담에서 한반도 평화체제에 대해 합의를 봐야한다”고 밝힌 데 이어 지난달 24일에는 “남북한이 한반도 평화체제에 합의하고 미국, 중국이 이를 지지함으로써 과거의 불행한 유산을 완전히 청산하고 평화공존과 교류를 이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대통령은 또 지난달 26일 독일 디 벨트지와의 회견에서 4자회담을 통해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전환하는 일이 추진될 것이라는 점을 밝혔다.
지난 96년 4월16일 첫 회의를 가진 4자회담은 지난해 8월 5∼9일 6차례의 회의를 가졌으나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했으며, 7차 회의는 일정조차 잡지 못한 채 표류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같은 상황에서 김 대통령이 4자회담을 통한 평화체제 구축을 제안한 것은 한반도 평화정착의 핵심은 남북한간 합의이지만 그 자체가 필요충분조건은 아니며, 한반도에 일정한 ‘영향력’을 갖고 있는 주변 열강들의 지지와 협력이 필요하다는 점을 대내외에 인식시켜 남북관계 변화에 따른 미국 등 주변국들의 불안감을 씻어주는 효과도 겨냥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와 함께 한반도 평화협정이 북·미간이 아닌 남북간에 체결돼야 한다는 점을 부각시키는 측면도 있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김 대통령은 이같은 구상을 실천에 옮기기 위해 치밀한 계산속에서 추진하고 있다. 이날 오전 열린 한·중 정상회담에서 4자회담을 언급하지 않고 한·미 회담에서 먼저 얘기를 꺼낸 것도 수순을 밟아야 한다는 김 대통령의 판단 때문이라고 정부 고위 관계자는 설명했다.
4자회담의 필요성에 대해 미국과 중국측은 “남북이 합의하면 회담을 할 수도 있다”는 입장이다.
따라서 4자회담이 성공을 거두기 위해서는 북한의 태도 변화가 필요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그동안 6차례의 4자회담이 주한미군 철수, 조·미 평화협정 체결 등을 주장한 북한때문에 결렬을 거듭해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는 남북정상회담 이전의 상황이고, 향후 북의 태도는 달라질 것으로 외교당국자들은 전망하고 있다.
다행히 북한은 최근 ‘통일후 주한미군 주둔 지속’에 대해 전향적 자세를 보이고 있어 4자회담에 대한 전망을 밝게 해주고 있다.
한편 러시아, 일본은 ‘2(남북한)+4(미·중·일·러)’ 형태의 6자회담을 기대하고 있으나, 정부 당국자들은 6자회담이 환경, 테러 등 동북아 지역 전반에 관한 문제를 논의할 수는 있으나 한반도 평화문제를 다루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확고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