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자치부가 지방자치단체들의 강력한 반대에도 불구, 지방자치법개정을 강행하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입법예고된 개정안을 보면 지자체장의 위법·부당한 명령·처분에 대해 장관 등이 서면경고 및 직무이행명령을 할 수 있고 이를 이행치 않을 땐 위임인을 선임, 직무를 수행케 하는 대리집행제 도입과 현재 지방직인 부단체장의 국가직 전환이 주요 골자다. 그야말로 지자체장들을 강력하게 통제하는 내용들이다.
행정자치부는 민선 단체장의 직무태만과 부당한 행정 행위를 막고 인사권 남용을 견제하기 위한 조치들이라는 주장이다. 행자부의 주장이 아니더라도 지자제 실시 5년간의 양상을 감안하면 어떤 방식으로든 현 제도의 손질이 불가피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같은 개혁방안들이 자칫 지방자치의 본질을 훼손할 수 있다는 점에서 법개정은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
사실 그동안 지자제를 실시하면서 드러난 문제점이 비판과 논란의 대상이 된 것은 한 두가지가 아니다. 일부 지자체장의 방만하고 비효율적인 조직경영과 지나친 정치적 인사 등이 질타의 대상이 됐다. 주민을 위한 효율적인 복지사업을 벌이기 보다는 차기를 위한 업적쌓기나 홍보차원에서 예산을 흥청망청 쓴다는 지적도 적지 않았다. 이같은 지자체장들의 방만하고 월권적 행태들로 인해 개혁의 필요성이 제기된 것은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행자부가 내놓은 개정안들 중엔 지방자치를 왜곡할 수 있는 요소가 많다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 예컨대 부단체장의 국가직 전환은 시·군·구 부단체장 임명때 시·도지사가 배제됨으로써 광역·기초단체간 행정체계가 무너질 수도 있다. 더구나 2년만에 부단체장을 지방직에서 국가직으로 되돌리려는 것은 행자부가 구조조정 과정에서 자체 인사적체를 해소하고 지방공무원을 장악하기 위한 조령모개식 정책이라는 비난을 받을만 하다.
이밖에 단체장 서면경고제와 대리집행제도 등도 지방자치의 본령인 행정자율권을 침해할 소지가 많으므로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 지자제의 문제점 개선을 위해선 이같은 수단들 보다는 지자체에 대한 정확한 평가에 따라 예산을 차등지원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지자체 행정을 감시하는 지방의회가 있는 만큼 이들의 기능을 한층 강화시켜 단체장의 독선을 효율적으로 견제토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지방자치는 관치(官治)가 아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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