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대통령은 18일 임진각에서 열린 역사적인 경의선 철도·도로 연결 기공식에 참석해 상기된 표정으로 경의선 연결 착공 기념 버튼을 눌렀다.
반세기 동안 남북으로 끊어졌던 민족의 혈맥을 다시 잇는 경의선 복원 기공식에서 관계자들과 공사 착공 버튼을 누르는 김 대통령은 무척 감격에 겨운 모습이었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번 기공식은 지난 3월 베를린 선언, 6월 김 대통령의 평양방문과 남북 공동선언, 8·15 이산가족 상봉과 궤를 같이 하는 민족사적 사건이라는 것이 김 대통령의 생각”이라고 말했다.
김 대통령은 연설에서 “가을날씨가 너무 화창해 경의선 철도·도로 기공을 축하해 주는 것을 느낀다”며 “기쁜 맘을 금할 수 없다”고 심경을 피력했다.
이어 김 대통령은 “남북으로 끊겼던 철도와 육로를 다시 묶는 이번 경의선 복원은 분단된 조국을 하나로 잇는 작업이며 ‘철마는 달리고 싶다’는 애끓는 외침이 실현되는 민족의 대축제가 아닐 수 없다”고 강조했다.
또 김 대통령은 ‘지금은 평화 공존과 평화 교류에 힘써야 한다’는 6월 김정일 국방위원장과의 회담 내용을 소개하면서 경의선 복원이 남북간 경제협력을 크게 활성화시킬 것은 물론, 한반도가 유라시아와 태평양을 연결하는 거점으로서 세계 경제의 중심축이 되는 한반도 시대가 열릴 것이라고 역설했다.
특히 경의선 복원의 효과가 경제적 측면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남과 북이 화합과 신뢰의 토대를 구축하는 주춧돌이 될 것”이라며 “남북 군인들이 공동으로 참여하는 지뢰제거 작업이 민족상잔의 상처를 지우는 일이며 이땅에서 다시는 전쟁이 있어서는 안되겠다는 다짐”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앞서 김 대통령은 이희호 여사와 함께 임진각에 도착해 군악대의 방아타령이 흥겹게 연주되는 가운데 박재규 통일, 김윤기 건설, 조성태 국방 장관의 영접을 받았다.
이어 김 대통령 내외는 한반도기를 바탕으로 ‘분단을 뛰어 넘어 화해와 협력의 시대로’라는 대형 걸개 그림이 걸린 임진각 광장에서 경의선 철도 복원에 쓰일 1천700여개의 침목중 하나에 ‘평화와 번영의 시대’라는 메시지를 친필로 쓴 뒤 ‘2000년 9월18일 대통령 김대중’이라고 서명했다.
김 대통령은 또 연설을 마친뒤 45년 경의선 중단 당시 마지막 기관사였던 한준기씨와 현직 기관사인 김재원씨가 시험 운행한 ‘염원의 기차’ 가동 장면을 지켜봤다.
이날 행사에는 입법, 사법 행정부 요인과 주한 외교사절, 실향민, 언론·경제계 대표 등 1천여명이 참석했으며 한나라당 이회창 총재는 불참했지만 한나라당측에서 김덕룡·이부영·안상수·권기술·김부겸 의원 등이 참석해 역사적인 경의선 복원 기공식을 축하했다.
/유제원기자 jwyoo@kg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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