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대통령의 22~24일 일본 방문은 공식 실무 방문이라는 외교 형식과 한·일간 정치·경제 협력의 공고화라는 실질적 내용이 조화를 이루는 정상외교가 될 전망이다.
모리 요시로 일본 총리와의 이번 아타미 온천 회담은 96년 제주회담, 97년 벳푸 회담과 마찬가지로 노 타이 차림의 격의없는 회담이 될 것이라는게 외교 당국자의 설명이다.
외교 당국자들은 그러나 논의 내용은 국빈방문보다 더 무게가 나갈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우선 한·일 양측은 남북정상회담 이후 급진전되고 있는 한반도 정세와 관련, 한·일 공조, 북·일 관계 개선의 필요성에 뜻을 같이하고 있어 이에 대한 진일보한 논의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더욱이 일본은 북한과의 국교 정상화에 큰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만큼 이에 대한 한국 정부의 적극적인 협조를 이끌어 낼 생각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분야에서는 재일 한국인의 지방참정권 문제가 최대 관심사다.
김 대통령은 최근 일본 연립3당 간사장을 접견한 자리에서도 재일 한국인의 특수성을 감안, 지방참정권 문제의 조속한 해결을 촉구한 바 있으며, 이번 정상회담에서도 모리 총리에게 재차 이를 요구할 예정이어서 일본측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 주목된다.
또한 경제 분야에서 김 대통령의 ‘세일즈 외교’가 얼마만큼의 성과를 거둘 것인지에 국내 경제계의 관심이 집중돼 있다.
특히 고유가, 증시 불안, 대우차 문제 등 국내 경제상황이 꼬여있는 시점에서 이번 김 대통령 방일의 최우선 관심사는 한·일 경제협력에 초점이 맞춰질 것이라는게 경제관료들의 전망이다.
실제로 이번 회담 기간 김 대통령은 22일 일본 경제인 초청 만찬 등을 통해 대한 투자확대를 요청할 계획이며, 일본측으로부터 향후 2년반동안 주로 부품·소재 산업분야에 70억달러를 투자하겠다는 잠정적 약속도 받아 놓은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경우, 김 대통령 임기중 일본으로부터 100억달러의 투자를 유치하는 셈이 되며 부품.소재 산업에 대한 투자 확대는 대일무역적자의 근원적 해결 방안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이기호 청와대 경제수석은 설명했다.
이와함께 한·일 양국간 미래지향적 경제협력기반을 공고히 하기 위해 한·일 투자협정(BIT)을 연내 체결하고, 한·일 지식정보산업 분야의 협력 강화를 위한 ‘정보기술(IT) 협력 이니셔티브’ 선언도 채택될 것으로 전해졌다.
이밖에도 제3차 서울 ASEM(아시아·유럽 정상회의), 오는 11월 APEC(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 회의와 ‘ASEAN(동남아국가연합)+3’회의 등에서의 양국간 긴밀한 협조태세 확인도 이번 회담의 주요 의제중 하나다.
김 대통령은 정상회담과는 별도로 이번 방일에서 문화외교에도 각별한 관심을 표시할 것이라고 김하중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이 전했다.
김 수석은 “우리 정부가 대일 문화개방을 3차까지 완료한 시점에서도 큰 문화적 충격은 없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면서 “김 대통령의 이번 방일은 2002년 월드컵 및 한·일 국민교류의 해를 계기로 양국간 문화·국민교류를 확대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유제원기자 jwyoo@kg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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