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자치단체의 살림살이가 방만하다는 지적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문제는 지자제가 실시된 후 재정난에 허덕이면서도 불요불급한 사업을 무모하게 펼쳐 어려움을 자초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도내 일부 지자체가 자체건물 신축에 열을 올리고 앞뒤 가리지 않고 추진한 대형사업들이 중복·과잉투자되고 있는 행태가 바로 그것이다.
경기도가 도내 31개 시·군이 추진하고 있는 50억원 이상 규모 사업 52건에 대해 투·융자 심사를 벌인 결과 각종 기념탑과 스포츠센터 및 빙상경기장 등 상당수 사업이 재정능력을 무시한 채 중복·과잉투자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또 행자부가 국회에 제출한 국감자료에 따르면 95년 이후 도내 지자체가 108개동의 각종 청사신축에 5천28억원의 사업비를 집행, 전국 광역자치단체 단위 중 가장 많은 예산을 지출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이들 신축 청사 중 IMF관리체제에 들어간 97년 12월 이후 착공된 공사가 31개동 2천192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밝혀져 경제난국에 대한 무신경을 드러냈다. 지자체들이 경제위기는 아랑곳 하지 않고 청사를 짓고 치장하는 데 열중한 것이다. IMF사태로 지방세 수입이 감소했으면 각종 사업비 등 지출규모도 줄였어야 할 터인데도 씀씀이는 달라지지 않아 재정상태를 더 악화시키고 있는 것이다.
이같은 재정의 방만한 운영으로 평택시의 부채가 2천11억원인 것을 비롯 안산시 1천647억원·김포시 1천396억원 등 도내 31개 기초자치단체의 부채 총액이 지난 3월말 현재 3조원이 넘고 있다. 435억원의 빚을 지고 있는 연천군은 지방세수가 줄어 공무원 안건비도 감당키 어려운 상황인데도 문화·체육센터를 건립하려 하고 있다. 빚더미가 쌓이고 봉급도 못줄판인데도 씀씀이는 흥청망청하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지방재정 여력을 고려치 않고 빚을 끌어들여 예산을 펑펑 써버리는 지자체들은 자기돈이 아니라고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할지 몰라도 없는 살림에 꼬박꼬박 세금을 내야 하는 주민의 입장에서는 지자체들의 무신경과 방만한 살림관행에 분통이 터질 수 밖에 없다. 이제 지자체장들은 재정형편에 맞게 스스로 규모있는 살림살이를 하는 노력을 보여줘야 한다. 차기 선거를 의식한 나머지 외형적인 성과에 급급해 충분한
타당성 검토도 없이 무리하게 일을 벌이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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