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박물관팀이 화성군 태안읍 기안리 고금산 정상부근에서 원삼국시대의 집터를 발견(본지 9월 30일자 18면보도)한 것은 서해안에선 처음인 점에서 비상한 관심을 끈다.
원삼국시대는 선사 무문토기시대에서 신라초기에 이르는 기원전 2세기부터 기원후 3세기간 500년을 말한다. 이 시기의 선사와 역사시대를 잇는 유구가 복합적으로 발견된 것은 사료적 가치가 크다.
선사 무문토기는 지난 1979년부터 1984년 사이 수원시 서둔동 여기산 정상에서 주거지와 함께 발굴된 적이 있긴 하나 보도된 것처럼 400여평에 달하는 대규모 유구가 다양한 시대적 유적유물과 함께 발굴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석기시대에서 철기시대를 잇는 청동기시대의 서남부권(한강유역∼평택) 당시 사회상을 다른 청동기시대 유물과 연계, 구명할 수 있게 된 것은 큰 수확이다.
이같은 유구의 발견지점이 해발 99m의 고금산 정상인 점은 주목할 대목이다. 마한의 전신인 진국(辰國)시대는 한강이남의 여러 부족국가가 연맹을 이루었던 시기여서 그 당시 한 부족이나 호족이 맹주를 형성했던 유구였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그 무렵엔 또 고조선지방에서 문화가 비교적 발달한 유민이 남으로 이주했던 시기이기도 하다. 조사구역에서 수습된 유적 및 유물의 문화수준으로 미루어 이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추정할만 하다.
해상교통이 편리한 남양만을 앞마당 삼아 고금산 봉우리를 요새화한 부족 또는 호족은 원삼국시대 대대로 이어 살면서 인근 일원을 지배하였을 가능성이 높다.
이제 이 소중한 문화유적지를 어떻게 보존하느냐가 문제다. ‘문화재는 발굴되는 날부터 훼손하기 시작한다’는 말이 있긴하나 그래도 두 천년세월의 신비를 드러낸 유구와 유물을 잘 보존해야 하는 것은 지역사회의 책임이다. 다른곳의 기관에서 문화재를 발굴하거나 발견하면 마치 남의 일인듯 무관심하고 심지어는 기존의 문화유적지도 개발이란 이름으로 밀어붙이기가 일쑤다. 우리 지방에 살던 선인(先人)들의 유적지를 외면하고는 향토애를 말할 수가 없다. 지방문화유적은 곧 나라의 문화유적이다.
화성군과 경기도는 서울대박물관과 유대, 문화재관리국에 고금산의 원삼국시대 유구에 대한 응분의 보존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국가지정이 아니면 지방문화유적지로 지정, 탐구하는 노력이 있어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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