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社外理事가 돈창구?

경제개혁 차원에서 도입된 사외이사(社外理事)제도의 난맥상이 은행 등 금융기관에서도 드러나고 있다. 금융감독위원회가 국회에 제출한 국감자료에 따르면 시중은행과 지방은행 및 종금사 등 18개 금융기관이 사외이사와 사외이사 관계기업에 빌려준 대출잔고가 지난 6월말 현재 7천739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사외이사 제도의 취지는 독립적 사외이사를 이사회에 참여시켜 대주주의 전횡을 감시하고 자문을 하기 위한 것이다. 따라서 사외이사의 본질적 기능은 견제와 감시인데도 금융권의 사외이사와 사외이사 관계기업이 은행과 자금 대차관계에 있는 것은 결코 정상이라고 볼 수 없다. 보기에 따라서는 금융기관의 사외이사가 자신과 관계있는 기업을 위한 대출창구로 활용하고 있다는 의혹을 받을만도 한 것이다.

더욱이 막대한 공적자금이 투입돼 개혁과정에 있는 조흥은행과 서울은행 등이 사외이사 관계기업에 대출해준 규모가 153억7천900만원에 이르는 것은 놀랍고 개탄스러운 일이다. 이러고서는 금융도 그렇고 기업 모두 개혁과 경영정상화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금융기관의 사외이사직을 이용 자신과 관계있는 기업에 자금을 대출토록 영향력을 행사했다면 마땅히 도덕적으로 비판받을 일이다.

설사 재벌그룹회장이나 주주가 이미 돈을 빌려 쓴 여신은행의 사외이사로 선임됐을 경우에도 비록 선임자체가 적법한 것이라 하더라도 이 제도의 도입정신이나 국민정서에 비추어 볼때 온당한 것이라고 볼 수 없다. 기업에 대한 시장감시기능을 강화하기 위해 도입된 사외이사는 대주주와 경영진으로부터 독립적 위치에 있어야 함과 마찬가지로 은행이 돈을 빌려준 대차관계기업의 대주주 등에 사외이사직을 제공하는 것은

마땅치 않는 것이다. 은행으로부터 돈을 빌려 쓴 기업의 경영자나 주주가 은행의 사외이사로서 핵심적 기능인 견제와 감시를 제대로 할 수 있다고 보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관계당국은 이제라도 금융기관의 사외이사가 옳게 기능을 수행할 수 있도록 공정하고 자유로운 활동에 아무런 장애가 없는 사람으로 사외이사를 대체하는 등 제도를 보완해야 할 것이다. 아울러 금융기관은 경영정상화를 조속히 실현하기 위해서도 사외이사와 사외이사의 관계기업에 대출해준 자금을 조속히 회수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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