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통령 노벨평화상 수상의 의미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의 노벨평화상 수상은 오랜 인고(忍苦)의 세월속에서 민주주의와 인권, 평화를 피워낸 한 개인의 영광을 넘어 21세기 벽두에 분단의 땅 한국에 날아든 민족적 낭보(朗報)라고 할 수 있다.

13일 저녁 노르웨이 오슬로에서 발표된 김 대통령의 노벨평화상 수상 결정으로 한반도 분단극복 노력이 국제사회의 공인을 받았을 뿐아니라 우리나라도 마침내 100년의 역사를 갖고 있는 세계적 권위의 노벨상 수상국 대열에 올랐기 때문이다.

김 대통령의 이번 수상으로 한국은 국가적 자긍심을 높이며 해묵은 숙원이었던 노벨상 수상의 물꼬를 트게 됐다.

이를 계기로 그동안 번역의 문제 등으로 후보로 올랐으면서도 번번이 탈락한 문학상을 비롯, 의학, 물리학 등 다른 부문에서도 세계적 권위의 이 상에 도전할 수 있는 자신감을 얻게된 것은 큰 소득으로 받아들여진다.

김 대통령이 노벨평화상을 수상하게 된 것은 지난 수십년간 숱한 고초와 만난(萬難)속에서도 소신을 굽히지 않고 민주주의와 인권 신장을 위해 노력한데다 지난 6월 역사적인 남북정상회담을 통해 지구상 최후의 냉전지대로 남아있던 한반도에 평화의 꽃을 피웠기 때문이다.

노벨위원회가 이날 김 대통령의 수상자 선정사실을 발표하면서 “김 대통령은 민주주의와 인권, 그리고 남북한 평화를 위해 지대한 공헌을 했다”고 사유를 적시한 것이 이를 반증한다.

특히 김 대통령의 평화상 수상은 몇차례 죽음의 고비를 맞기도 했던 온갖 박해와 탄압속에서도 신념을 꺾지 않고 민주주의와 인권을 위해 헌신한 공로에 대한 보답이라는 점에서 국가적 가치의 정립에도 적지않은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김 대통령은 지난 63년 6대 국회 진출로 정계에 발을 들여놓은 이래 30여년간 줄곧 험난한 야당의 길을 걸으며 도쿄 납치살해음모 사건과 가택연금, 투옥, 사형선고 등에도 굴하지 않고 민주화와 인권 수호에 앞장서왔다.

김 대통령은 특히 취임후 ‘적화통일도 흡수통일도 배격하고 민족간 평화공존을 도모한다’는 취지의 대북 햇볕정책을 일관되게 추진, 지난 6월에는 역사적인 평양방문과 남북정상회담을 통해 민족평화의 새 장전(章典)인 ‘6·15 남북공동선언’을 이끌어 냈다.

이번 수상으로 김 대통령은 헌정사상 첫 수평적 정권교체를 이룩한 불굴의 정치인이라는 차원을 넘어 진정한 국가적 지도자로 추앙받을 수 있는 또다른 신화를 창조해낸 셈이다.

김 대통령은 취임 이후 온국민에게 고통을 안겨준 IMF(국제통화기금) 환란을 단시일내에 극복하고 남북정상회담을 성사시킨데 이어 최고의 영예인 노벨평화상까지수상함으로써 생애의 절정기를 맞았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김 대통령은 이제 남은 재임기간에 노벨상 수상의 계기가 된 민주주의와 인권, 그리고 남북 화해협력 및 평화를 더욱 공고하게 다져야 하는 과제를 떠안게 됐다.

나아가 김 대통령은 이제 정권을 장악한 특정 정파의 수장이라는 차원을 넘어온 국민의 존경과 흠모를 받을 수 있는 탁월한 리더십을 발휘하면서 남은 재임기간을 마무리해야 하는 입장에 놓이게 됐다.

21세기 첫 노벨평화상 수상의 영예를 통해 온국민과 후손들에게 민족적 자긍심을 선사한 김 대통령이 퇴임후에도 민주주의와 인권, 한반도 평화의 길을 닦은 훌륭한 지도자로 영원히 기억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향후 어떤 리더십을 발휘해 나갈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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