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대통령의 노벨평화상 수상발표를 두고 “독재자에게 당치 않다”는 김영삼전대통령 같은 논평에 동의할 사람은 없다. 국가적 경사이며 민족적 긍지임은 더 말할 것이 없다. 사선을 넘은 민주화 장정, 간곤한 투쟁, 인권신장에 기여한 공로는 설사 지금 정치적 입지를 달리한 사람들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여기에 6·15 공동선언으로 냉전의 남북관계를 화해분위기로 바꾼것은 분단 55년만에 처음 맞은 민족사의 대전환이다. 북미간의 적대관계 종식, 또한 남북관계의 개선이 있었기 때문이다.
다만 걱정되는 것은 노벨평화상을 수상한뒤의 김대통령의 부담이다. 우선 북측에 대한 부담을 아무래도 갖지 않을 수 없다. 6·15 공동성명은 상대의 이해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그 상대가 김정일국방위원장이다. 대통령의 수상이 남북관계 개선에 도움이 되는 관측이 있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걸림돌이 될 수 있는 것도 예상해야 한다. 공동성명은 남북의 두 정상이 손을 맞잡고 함께 한것인데도 그로 인한 상은 김위원장이 배제된 것을 인민들에게 어떻게 설명해야 할 것인가가 북측당국의 고충일 수 있다. 대통령의 노벨평화상 수상에 침묵을 지키고 있는 북측의 소외감을 덜기 위해서는 협력교류에 유연한 상호주의마저 당분간 적용키 어려운 정부측 사정이 없지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또 있다. 앞으로 북측과 갖는 각급회담에서 노벨평화상 수상을 화두로
삼는데는 상당한 조심성이 요구된다.
대통령의 수상을 잘못 화제로 삼는것을 삼가야 하는 것은 우리측 내부에서도 마찬가지다. 청와대는 물론이고 여야 정치권에서 정치적으로 원용하는것은 수상의 순수성을 훼손하는 것임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순수성의 훼손은 대외적으로도 흠집이 된다. 대통령의 재임기간은 아직도 2년4개월이 남았다. 지금도 나라안 사정이 여러가지로 어렵지만 앞으로는 더 어려운 일이 생길지 모른다. 그때마다 걸핏하면 평화상수상을 들어 과시해 보이거나 또는 상을 들먹여 힐난하는 여야의 정쟁 도구화로 전락시켜서는 안된다.
노벨평화상의 순수성을 확립하기 위해서는 정치권의 이성과 함께 누구보다 당자가 되는 김대중대통령의 마음가짐이 중요하다. 수상의 영예를 겸손하게 받아 들인 마음을 그대로 지켜 노벨평화상이 후대에 길이 빛날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해마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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