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3총선의 망령

4·13총선의 망령이 6개월이나 지난 지금까지도 여의도 정가를 떠다니고 있다.

총선사범에 대한 검찰 수사결과가 오는 19일부터 시작되는 국정감사를 앞두고 정치권을 또다시 술렁이게 하고 있는 것이다.

16대 총선은 이미 총선전부터 검찰의 병역비리 수사와 남북정상회담 발표 등과 맞물려 불공정 시비를 낳았고, 선거 직후에도 ‘정부·여당의 금권·관권선거’, ‘야당의 역관권선거’, ‘편파수사’논란을 벌여왔다.

이런 가운데 검찰은 선거사범 공소시효 만료일인 지난 13일 현역의원 26명과 회계책임자등 13명을 기소했고, 이에 불만을 품은 여야는 각각 13명과 29명의 상대당 의원들에 대해 무더기 재정신청을 냈다.

결국 지역구 의원(227명)중 약30%인 68명(중복자 제외)이 선거법 위반혐의와 관련 법원의 재판결과에 따라 의원직을 상실할 수 있는 상황에 처하게 된 것이다.

또 지난 8월 하순 “선거비용 실사결과 지역구 의원 가운데 200명이 선거법을 위반했다”는 한 선관위 관계자의 말이나 민주당 윤철상의원의 ‘선거비용 실사개입’ 발언이 단순한 실언이 아니었음을 증명한 셈이 됐다.

이런 탓에 여야는 지난 12일 모처럼 열린 국회 본회의에서도 편파수사 공방을 재현했고, 국감장에서도 이 문제를 둘러싼 건곤일척의 일전이 예상된다.

한나라당은 검찰수사결과에 대해 “여당 무죄, 야당 유죄, 유권(有權) 무죄, 무권(無權) 유죄”(유성근의원·하남)라고 규정, 파상적인 대여공세를 펼칠 방침이며 이미 박순용검찰총장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제출하기도 했다.

이에 맞서 민주당도 “편파·불공정수사는 과거정권에는 있었지만, 국민의 정부에서는 없다”(이희규의원·이천)며 적극적인 방어전을 펼칠 전망이다.

그러나 선거법을 위반하고서 공소시효 만료일까지 ‘악몽’에 시달렸던 여야 정치인들을 보고 국민들은 쓴 웃음만을 짓고 있다.

민생도 제대로 챙기지 못하는 ‘국민의 대표’가 총선망령에 발목이 잡혀 또다시 정쟁을 준비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민봉기자 mblee@kg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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