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브라이트방북과 그 이후

지난 23일부터 25일까지 평양을 방문한 올브라이트 미 국무장관이 어제 서울에 와서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을 예방, 방북 결과를 설명하고, 또한 한·미·일 외무장관 회담을 개최, 앞으로 북한과의 관계 개선에 대한 3국간의 협조체제에 대하여 논의하였다. 올브라이트 장관의 방북은 전후 평양을 방문한 미국 최고위 각료일 뿐만 아니라 오는 11월 중 클린턴 미국 대통령의 방북 사전 정지작업 차원에서 이루어진 것이기 때문에 우리로서는 특별한 관심을 가지지 않을 수 없다.

올브라이트 미 국무장관은 김정일(金正日) 국방위원장으로부터 파격적인 대접을 받았다. 올브라이트 장관은 김 위원장과 두차례에 걸친 6시간의 회담, 만찬과 집단체조 관람 등을 통하여 많은 대화를 나눴으며, 이 중엔 한반도 긴장완화, 북·미대표부 개설, 미사일 문제 등 양국의 현안에 대한 진지한 의견 교환과 건설적인 제안이 있었다고 기자회견에서 밝혔다. 우리는 올브라이트 미 국방장관의 방북이 양국과의 관계 개선은 물론 한반도 긴장완화에 있어 큰 진전이 있기를 기대한다.

북·미관계 개선은 한반도 문제 해결에 있어 필수적인 요소이다. 휴전협정 당사자가 미국인 사실 이외에도 주한미군이 한반도에 주둔하고 있으며, 미국은 한반도 문제에 있어 실질적인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소련붕괴 이후 세계질서 유지에 있어 막강한 독점적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미국의 협력 없이 한반도 문제를 해결할 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리는 북한과 미국이 조속한 관계 개선이 이루어져 남·북문제 해결에 있어 긍정적 효과가 있기를 바란다.

그러나 이와 같이 급속히 진전되는 북·미관계 개선에 대하여 예의 관찰할 필요가 있다. 더구나 최근 이산가족의 상봉 연기 등 남·북관계가 예상했던 상황대로 진전되고 있지 않음에 유의하여 북·미관계 진전에 대한 분석이 요구된다. 북한이 지금까지 견지했던 통미봉남(通美封南) 정책을 변경했다는 징후가 없다면, 이는 북한이 남·북관계 개선을 미국과의 관계 정상화를 위한 지렛대로만 이용하고 남한은 주체가 아니고 객체로서 격하시키고 있는 것은 아닌지 염려된다. 정부는 남·북문제 해결에 있어 결코 객체가 아니고 주체임을 북한에게 분명하게 인식시켜야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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