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률 급감과 家計적자

외환위기 직후 반짝 상승했던 민간저축률이 크게 떨어지고 있다는 조사결과는 매우 걱정스럽다. 저축률이 급격하게 감소하고 있다는 것은 중산층 이하 도시근로자 소득이 외환위기 이전 수준을 회복하지 못했는데도 과소비 풍조가 사회전반에 확산되면서 소비가 큰 폭으로 늘어났음을 뜻하기 때문이다. 더욱 우려되는 것은 저소득층의 경우 지난해부터 아예 가계부가 적자로 돌아섰다는 점이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외환위기 이후의 저축률 추이와 시사점’에 따르면 97년 33.4%이던 국민총저축률이 98년 34.0%로 잠깐 상승했다가 99년 33.7%, 올 상반기에 32.1% 등으로 하락했다. 소득계층별로는 중간소득층이 97년 27.3%에서 올 상반기에 16.1%로 크게 떨어졌다. 저소득층은 97년 9.1%였으나 올 상반기에는 -3.0%로 저축을 한푼도 하지 못하고 오히려 빚지고 사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산층의 저축률이 이처럼 낮아지고 있는 요인은 소득의 감소에도 불구하고 고소득층의 소비행태를 따라하는 모방소비 때문이다. 외환위기 충격으로 소비가 위축됐던 98년 저축률이 다소 높아졌지만 경기가 풀린 지난 해부터 씀씀이가 헤퍼지기 시작, 올 상반기엔 중산층 소비증가율(13.3%)이 고소득층(12%)보다 오히려 높았음을 봐도 알 수 있다.

국내저축을 뒷받침해온 중산층 이하 도시근로자들이 소득감소에도 불구하고 자신들의 분수를 넘어서는 과소비로 저축여력이 크게 줄어들고 있는 현상은 여간 심각한 것이 아니다. 그러나 저소득층의 사정은 또 다른 측면에서 더욱 심각하다. 83년 이후 소폭이지만 흑자를 기록했던 저소득층 가계수지(92년 저축률 10.5%)가 지난해 이후 적자로 반전된 것은 상당한 사회불안요인으로 작용할 우려가 있다.

국민경제의 발전이나 개인생활의 안정을 위해 저축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 저축이 적정수준을 유지해야 해외 차입 없이도 투자재원을 마련할 수 있다. 투자재원의 자립기반이 무너지면 경상수지 적자확대와 외채증가로 국민경제가 큰 부담을 안게 된다. 따라서 정부와 기업, 가계 모두가 저축의 중요성을 재인식하고 다양한 저축수단의 개발 보급을 통해 가계자금이 과소비로 흐르지 않도록 제도적 장치를 강구해야 한다. 아울러 저소득층 가계수지악화를 막기 위해 물가 부동산 등 자산가격을 안정시켜 이들의 소비부담을 줄여주는 정부차원의 다각적인 노력도 절실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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