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년 가까이 추락하는 증권시장에서 배겨날 투자자가 어디 있겠습니까. 주식시장이 국가경제를 튼튼히하고 활성하는 곳이 아니라 이제는 개인을 파산상태로 몰아넣고 돈만 집어 삼키는 ‘블랙홀’로 전락했습니다.”
31일 오전한때 현대건설 1차부도와 동아건설의 퇴출로 종합주가지수는 500선이 무너진 12.32포인트, 코스닥지수도 70선아래로 떨어져 5.17 하락하자 H증권 수원지점 객장밖에는 투자자들이 담배를 입에 문채 하늘을 바라보며 한숨을 내쉬는 등 초조감을 감추지 못하는 모습이 역력했으며 객장내에는 찬물을 끼얹은듯 냉랭한 분위기가 압도했다.
올들어 끝없이 추락하는 증시에서 투자원금의 절반은 커녕 20%도 채 건지지 못하는 주식투자자들이 속출하면서 개인 파산 등 사회문제로까지 비화되고 있다.
지난해 1억7천만원을 거머쥐고 명퇴한후 소일거리로 주식을 하던 A모씨는 처음에는 월 수입보다 짭짤해 본격적으로 팔을 걷어부치고 뛰어들었으나 올초부터 추락하는 증시를 버티지 못한채 빚만 남긴 상태로 빚독촉에 시달리고 있다.
지난해 한때 잘나가던 B증권 모지점에 다니던 직원 C모씨(40)는 올들어 3명의 투자자들로부터 위탁관리를 받고 주식매매를 했으나 투자자들의 원금 50% 이상을 손실을 끼쳐 투자자들로부터 손해배상청구 등 항의에 시달려 사표를 제출하고 잠적한 상태다.
D기업에 다니던 E모씨(40·수원시)는 지난 8월 퇴직금 중간정산을 통해 받은 돈 2천여만원으로 부인 몰래 주식에 투자했다가 계속해서 주식시장이 내리막 길을 걷자 원금의 20%도 건지지 못하는 낭패를 겪고 있는 가운데 부인에게 말하지도 못한채 주식이 올라기기만을 기다리며 전전긍긍하고 있다.
증권사 관계자는 “증시침체가 장기화되면서 투자자들의 개인파산 등 어려움을 호소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게 나타나고 있다”며 “직업의식이 사라진지는 오래이며 하루에도 열번이상 그만두고 싶은 생각이 절로 난다”고 말했다./박승돈기자 sdpark@kg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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