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혈공포’ 이대로 둘건가

헌혈 혈액 및 수입 혈액의 안전성에 큰 문제가 있는 것으로 지적됐다. 특히 대한적십자사가 법정 전염병인 말라리아균에 감염된 헌혈 혈액을 검사없이 전국 병원에 공급, 수혈된 환자들이 이로인해 숨진 것으로 밝혀져 큰 충격을 주고 있다.

적십자사가 국회에 제출한 국감자료에 따르면 적십자사가 지난 97년부터 올 상반기까지 공급한 말라리아균에 오염된 헌혈 혈액을 수혈받아 사망한 환자가 29명에 달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중 12명은 수혈후 7일이내에 사망했다. 참으로 놀랍고 어처구니 없는 일이다. 적십자사는 이 기간중 말라리아 감염 위험지역인 경기북부와 강원도 지역에서 22만명으로부터 헌혈 받은 혈액을 항체검사없이 전국병원에 공급했다니 어안이 벙벙하다.

헌혈 혈액을 관리하는 적십자사가 말라리아 오염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단지 2주간 보관하는 과정을 거쳤을 뿐 과학적인 검증도 하지 않은 채 일선 병원에 공급한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수혈을 받아야할 만큼 위급한 환자들이 그동안 치사율이 높은 전염병균을 자신도 모른 채 주입받을 처지에 있었음을 생각하면 모골이 송연해지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적십자사가 당연히 항체검사나 역학조사의 대상이

된 혈액에 대해 안전성이 최종 확인되지도 않은 상태에서 유통시킨 것은 헌혈 혈액관리에 큰 구멍이 뚫려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그동안 보건당국은 무얼하고 있었는지 궁금하다.

관리가 엉성한 것은 수입 혈액도 마찬가지다. 1997년부터 올 8월까지 혈액 수입회사가 자체검사 결과 안전하다고 판정을 내린 혈액에 대해 적십자사가 다시 검사한 결과 에이즈·B형 간염 등 55건의 오염사례가 발견돼 수입회사 자체검사의 신뢰성이 떨어지고 있다. 그런데도 적십자사는 수입 혈액의 1%만 샘플 조사할 뿐 나머지 99%는 수입 회사의 자체검사에 그치고 있어 안전성이 완전히 확보되지 않은 수입 혈액이 유통되고 있는 상태다.

수술환자나 위급환자에게 필수적인 혈액이 어찌된 까닭으로 이렇게 허술하게 관리되고 있는지 의료소비자인 환자는 물론 의료기관은 불안을 느끼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보건당국은 이제 적십자사의 헌혈 혈액 관리체계를 보완 강화하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수입 혈액에 대한 검사 또한 수입회사에만 맡길 것이 아니라 책임있는 기관이 전량검사토록 하는 등 혈액 수급체계도 개선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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