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곡리 유적지관리

국가에서 처음엔 떠들썩하게 지정만 해놓고 정작 보존·관리는 부실한 문화재정책때문에 연천군 전곡리 178 일대 23만여평의 구석기 유적지가 훼손위기에 처했다. 기원전 50만∼30만년전의 유적지로 인정받아 1979년 사적 제268호로 지정된 전곡리 유적지는 지금도 세계 학계의 지대한 주목을 받고 있는 지역이다. 1978년 세상에 처음 알려진 이후 1996년까지 주먹돌도끼, 돌찍개, 돌글개, 고인돌 등 구석기 유물이 1만여점이나 출토된 그야말로 선사시대 유적의 보고(寶庫)다.

하지만 20여년째 방치돼 지금은 유적지에 잡초만 무성하고 1천여평의 유적지 발굴현장에도 울타리와 현황판이 보이지 않는다. 물론 유적 관리인이나 안내인도 없다. 유적지에는 벽돌공장터와 폐가옥들이 흉한 모습으로 남아 있을 뿐이다. 연천군에는 신석기시대에서 금석병용(金石倂用)시대에 걸쳐 만들어진 고인돌(支石墓)도 30여기가 있지만 문화재로 지정, 관리중인 곳은 3기뿐이다. 나머지들은 가정집이나 학교앞 도로 등에 방치돼 있거나 땅에 묻혀 있는 것이 대부분이다. 이러한 사정은 상지석리·하지석리 등 지명에까지 오를 정도로 고인돌이 많은 파주시의 경우도 비슷하다. 교하·월롱면 등지에 3천여년 전 청동기시대 지석묘 50여기가 있는데도 유적으로 지정된 것은 14기에 불과한

실정이다.

이렇게 문화유적지가 폐허화돼 가고 있는 이유는 사적 지정 이후 정부가 사실상 손을 놓았고 지방자치단체는 예산 등을 이유로 관리나 보존에 적극적이지 못한 한계를 드러내고 있기 때문이다. 연천군의 경우 자체예산으로 유적지내 사유지 12만평에 대한 매입을 추진했지만 1만2천평만 사들였고 지난해 4단계 종합정비 기본계획을 마련했지만 시행여부는 불투명한 상태다. 고인돌 보존을 위해 연천군은 내년 중 지석묘 공원조성 방안을 검토중이고 파주시는 고인돌 주변 개발을 억제하는 방향으로 보존대책을 마련한다는 입장이라고 한다.

그러나 전곡리 구석기 유적지 보전은 해당 지자체보다 정부 또는 경기도 차원이나 민관 합동 방식으로 관리하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보여진다. 한탄강·임진강을 끼고 있는 연천군과 파주시 일대의 선사유적지가 더 이상 폐허화되지 않도록 보전·관리대책이 빨리 마련돼 체계적인 보전·발굴이 이뤄지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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