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참사 왜 되풀이 되나

반월공단 화학공장 폭발사고같은 대형참사가 계속 되풀이 일어나는 근본 원인은 무엇일까. 대형사고를 겪을 때마다 안전불감증이니 인재니 하는 말을 되뇌는 것도 이젠 지겹다. 사고가 일어날 때면 의례히 정부는 위험시설물에 대한 점검과 각 사업장의 안전관리강화 대책을 마련하는 등 법석을 떨지만 비슷한 사고는 꼬리를 물고 일어난다. 언제나 그때 뿐 시간이 흐르면 대충 대충 우물 우물 넘기는 적당주의와 안전불감증이 도지고 있기 때문이다.

53명의 사상자를 낸 이번 화학공장 폭발 참사도 이같은고질적 타성이 근본적으로 고쳐지지 않는 한 언제든지 비슷한 사고가 재발할 수 있음을 뼈아픈 교훈으로 남기고 있다. 지난 9월27일 시화공단 LPG통 제조공장 가스폭발로 19명의 사상자를 낸 뒤 불과 한달여만에 유사한 사고를 당했으니 할 말을 잃을 지경이다.

폭발사고 현장은 마치 폭격을 당한듯 전쟁터를 방불케 할 정도로 순식간에 폐허로 변해버렸다. ‘단일화학’ 근로자 5명이 숨지거나 실종된데다 부상자 48명 중 중상자가 10여명이어서 사망자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이날 화공약품 저장탱크 폭발음이 10㎞까지 들릴 정도였으며 300m 안에 위치한 인근 공장 유리창이 깨지고 벽에 금이 갔으며 날아온 드럼통 콘크리트 덩어리가 널려 있어 화공약품사고의 위험성을

한눈에 보여줬다.

정확한 사고원인은 앞으로의 조사에서 밝혀지겠지만 일단 경찰은 의료용 방부제를 제조하기 위해 에탄올과 부탄올을 혼합할 때 온도를 측정하는 반응계의 과열로 인한 사고로 추정하고 있다. 문제의 공장은 지난 97년에도 이번과 비슷한 폭발사고로 직원 3명이 부상당한 것으로 봐 인화성이 강한 화공약품을 취급하는 공장측의 안이한 자세에서 비롯된 것만은 틀림없다. 공장측의 공정원칙을 무시한 안전불감증과 종사자들의

부주의로 일어난 사고라고 볼 수 있다.

화공약품의 가공할 폭발력을 감안할 때 철저한 시설관리와 안전교육으로 사고를 예방하는 게 최선이라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그러나 사고가 터진후 대책마련 등 부산을 떨다 사그러지는 것이 우리의 악습이다. 더 이상 이래서는 안된다. 평소 안전의식을 생활화 습관화하는 것이 대형참사의 재발을 막는 유일한 길임을 이번 사고를 계기로 다시 한번 깨달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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