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급식 업체들이 스스로 밝힌 저질급식 원인은 그동안 학교측이 저질급식을 부추겼다는 점에서 책임을 물어야할 일이다. 최근 학교급식을 시행하고 있는 일부 초·중·고등학교가 급식업체 선정 과정에서 무리하게 시설 설치비를 요구하거나 하루 급식비를 낮추기 때문에 질 낮은 농산물이나 외국산 농산물을 사용할 수 밖에 없다고 고충을 토로한 것이다.
급식관리협회에 따르면 학교급식 업체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많게는 1억원 가량의 시설비를 요구하는 학교가 있는가 하면 하루 급식비는 1천400∼1천600원으로 6년전과 동일한 수준이라는 것이다. 실정이 이와 같은데 양질의 학교급식을 기대하였다니 어이가 없다.
문제가 심각한 것은 이러한 학교측의 무리한 시설비 요구와 현실성 없는 급식비 책정이 외국산 농산물 사용과 저품질 농산물 사용으로 이어져 학생들의 영양상태와 건강이 나빠졌다는 점이다. 전국주부교실중앙회와 식생활개선운동본부가 초·중·고교 119곳을 대상으로 학교급식 현황을 조사한 결과 부식재료로 국내산 농산물을 사용하는 학교는 48%에 그쳤고 절반 이상이 국내산과 외국산을 섞어 급식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더욱 우려스러운 것은 불량한 위생상태다. 1995년 13명(4건)에 불과했던 학교급식소 식중독사고 환자수가 1996년 543명(14건), 1997년 653명(8건), 1998년 1천385명(16건)에 이어 지난해에는 3천444명(27건)으로 늘어 지난 5년동안 환자수가 무려 264배나 급증했다.
학교급식은 급식을 하는 학생들이 성인이 된 후에도 계속 국내 농산물을 소비해야 한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한 문제다. 따라서 학교급식 재료의 국내산 사용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농업관련 기관을 통한 농산물 직거래를 확대하고 원산지 표시를 한층 강화해야 한다.
그러나 이보다 앞서 개선돼야할 것은 업체선정 방식과 급식비의 현실화이다. 학교가 급식업체에 시설 설치비를 요구한다는 것은 묵과해서는 안되고 앞으로 계속돼서도 안될 부조리 중 하나이다. 시설 설치비를 마지못해 내고 급식비가 비현실적인데 그 업체가 급식을 제대로 할 리가 만무하다. 업체 선정방식 개선과 급식비 현실화가 화급하다. 교육당국의 철저한 조사와 신속한 대처가 있기를 바란다.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