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속되는 인원 감축으로 마음을 비우고 직장생활을 한지는 이미 오래됐습니다. 주위에서 떠나가는 동료들을 지켜보면서 불현듯 나의 현실로 다가왔다는 생각에 일손이 제대로 잡히지 않습니다.”
지난 3일 부실기업 판정결과에 이어 경영개선계획제출 은행에 대한 처리를 시발로 2차 금융구조조정이 가시화되면서 다시 은행가에는 ‘잔인한 계절’이 다가왔다.
지난 10월초부터 은행경영평가위원회가 한빛·평화·제주·광주·외환·조흥은행이 제출한 경영개선게획을 심사해왔으며 이들 6개 은행 처리방향이 8일 임시 금감위에서 확정되기 때문.
아직까지 은행평가위의 판정과 금감위의 최종 판정이 남아있지만 정부 안팎과 금융계에선 대체로 한빛·평화·광주·제주은행의 경영개선계획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것으로 전망, 정부주도의 금융지주회사로 편입될 것으로 가닥이 잡히면서 이들 은행에 대한 대규모 인력감축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2년전인 지난 98년 1차 은행 구조조정이후 계속된 인원감축에 이어 간신히 살아남은 은행원들이 다시금 감원 회오리에 말리게 된 것이다.
2차구조정대상인 도내 각 은행 지점 창구에는 1차 구조조정때와는 달리 대세 흐름을 받아들이면서 큰 동요는 보이지 않고 있으나 직원마다 내심 자신이 혹시 감원 대상자가 될 수 있다는 불안한 심리들이 팽배해 있는 실정이다.
한빛은행 모지점 간부 L모씨(45)는 “최근 890명이 감원되는 과정에서 입사동기 다수가 퇴직해 언제 닥칠지 모르는 감원에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다”며 “막상 떠난 직원들 상당수가 자리를 잡지 못하고 있고 경기까지 악화된 현실을 생각하면 눈앞이 깜깜하다”고 말했다.
평화은행 모지점 P모씨(35)는 “감원 등 구조조정에 시달리다보니 마음의 여유가 사라지면서 직원들간 과거 일주일 평균 2∼3회정도 하던 회식 등 비공식자리는 아예 없어진지는 이미 오래됐다”고 말했다.
특히 정부의 조건부 승인으로 구조조정 대상에서 제외될 여지가 많은 외환은행과 조흥은행도 직원들이 안절부절하기는 마찬가지.
외환은행은 이번 은행경영평가위원회에 제출한 경영개선계획안에 연내 지점·점포 등 8곳 폐쇄, 직원 800명 감원, 감자실시 등의 내용이 담겨진 것으로 알려져 은행내 분위기가 꽁꽁 얼어붙은 모습이다.
BIS비율이 10%를 넘어서 감원은 없을 것을 것으로 알려진 조흥은행 직원들도 “이번 구조조정 뚜껑은 열어봐야 안다”며 다소 불안해 하는 눈치.
각 은행노조도 은행원들의 고용불안 등에 대해 반발하는 등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으나 “어쩔수 없는 상황이 아니냐”며 대세 흐름을 인정하면서 곤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는게 현실이다.
/박승돈·이관식기자 sdaprk@kg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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