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전 환란 이후 최대의 실업대란이 또 예고되고 있다. 11·3 부실기업 퇴출은 경제회생을 위해 불가피한 조치였지만 이 과정에서 수많은 실직자가 발생하게 된다는 점에서 매우 안타깝고 불행한 일이다. 이번 조치로 직접적인 실직 또는 고용감소가 예상되는 인원은 5만명이지만 피어리스 등 52개 퇴출기업의 협력업체와 1차 부도를 낸 대우자동차 및 은행권의 2차 구조조정 인원을 합하면 2만0∼25만명이 실직될 전망이어서 우리 사회가 또 다시 실업열병을 앓게 될 처지에 놓여 있다.
따라서 이번 기업퇴출로 9월말 현재 80만명(실업률 3.7%) 수준인 실업자가 올 연말엔 100만명이(5.1%) 넘어 또 다시 혹독하게 춥고도 긴 겨울을 맞을 것 같다. 지난 IMF관리체제 당시 거리로 내몰렸던 100만여명의 퇴출 직장인들이 아직 제대로 자리를 잡기도 전에 밀어닥친 매서운 한파다.
특히 대부분의 근로자들이 그동안 자구노력 차원의 감봉 및 보너스 반납으로 쪼들리는 생활을 유지해 왔으나 그나마 직장마저 잃게 된다면 생계에 심각한 타격을 받을 수 밖에 없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취업대란속에 당장 일자리를 구하기도 쉽지 않아 겨울 거리를 헤매게 될 형편이다. 피어리스와 신화건설 등 해당 기업체 근로자들이 잇따라 항의집회를 갖고 강력히 반발하고 있는 것도 그같은 딱한 사정때문일 것이다. 이와는 별도로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은 12일과 19일 대규모 집회를 갖고 총파업에 들어간다는 계획을 마련중이어서 사회적 파장은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따라서 관계당국은 사회안전망을 강화하는 좀더 효과적인 실업대책을 서둘러 내놓아야 한다. 물론 정부는 퇴출기업 실직자들을 위한 여러 조치들을 내놓았지만 과거 경험으로 보아 별로 현실성이 있어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우선 고용보험제도를 확충하고 기업주는 해고 회피를 위한 노력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또 10%대에 불과한 실업급여 수혜자 비율을 높이고 형식적인 재취업훈련을 내실있게 보강할 필요가 있다. 업종별 인력수급에 대한 예측력을 높여 프로그램을 이에 맞게 개편하고, 직업훈련을 개인 적성에 맞게 실시해 실업급여가 반드시 재취업으로 연결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노동계 또한 대안없는 총파업 투쟁을 지양, 퇴출 근로자들의 권익을 위한 실질적인 협상에 나서야 한다. 경쟁력 잃은 부실기업을 마냥 국민세금으로 연명시킬 수 없는 만큼 노·정은 기업퇴출의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데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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