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문예공간 너무 부족하다

국제도시라는 인천광역시가 아직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오명 가운데 하나가 ‘문화예술공간 불모지’라는 말이다. 인천은 우선 공연장부터 크게 부족하다. 인천지역 문화예술인들과 인천시민들이 서울에 가서 공연하고 관람하는 실정이다. ‘서울문화 종속’이라는 자탄이 그래서 심화되고 있다.

수도권의 공연장은 서울 32개, 경기도가 26개인데 비해 인천은 고작 3개뿐이다. 인구 비례도 서울과 경기도가 각각 31만명과 33만명당 1개꼴로 공연장을 갖춘 반면 인천은 겨우 87만명당 1개꼴의 공연장을 가진 셈이다. 게다가 인천 공연장 3곳 중 인천종합문화예술회관 대공연장(1천544석)을 제외한 서구문화예술회관 대공연장(957석)과 계양문화회관(758석)은 시내 중심지와 너무 멀리 떨어져 있어 문화예술인들과 공연기획사들이 대관을 꺼리고 있다고 한다.

이 때문에 시립공연단체, 공연기획사들이 종합문예회관 대공연장으로 몰려들어 대공연장 대관 경쟁률이 치열하다. 이러한 이유는 지난 1990년대 중반 1천석 이상을 가진 시민회관 대공연장이 문을 닫은 탓도 있지만 근본적인 문제점은 문화예술 지원행정의 미흡이라고 할 수 있다.

서울시와 경기도는 지난 1995년 이전 각각 문화재단을 설립해 문화예술활동을 체계적으로 지원하고 있지만 인천시는 오는 2002년 이후에야 문화재단 설립이 가능할 것으로 보여진다. 지난 1998년 구조조정 차원에서 문화관광국을 없애려다 지역 문화예술인들의 거센 반발에 밀려 취소한 과거사를 돌이켜 보면 문화예술분야에 대한 인천시의 마인드부족 실태를 짐작케 한다.

지역문화예술을 발전시키는데는 자치단체장의 의지와 관심이 가장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게 한다. 국제통화기금(IMF)체제 출범 직후 위축된 지자체의 문화예술 지원행정이 아직 회복되지 않은 것을 모르는 바 아니지만 그러나 인천시의 경우는 안타깝기까지 하다.

인천지역 문화예술 공간의 확충을 위해 인천시는 문화재단 설립을 앞당기는 방안을 강구하기 바란다. 또 인천 소재 기업들도 문화예술지원에 인색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