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모닝경기>경기으뜸이 이재규 조리사

20여년 가까이 한식요리에 종사하면서 ‘수원갈비’의 뿌리를 찾아 옛맛을 재현하고 수원갈비를 널리 알리기 위해 꾸준히 노력하고 있는 이재규씨(34·가리쟁임 대표)가 2000 경기으뜸이 요식업 부문의 으뜸이로 선정됐다.

이씨는 인터넷 개인 홈페이지를 구축, 수원 갈비에 대한 원조부터 지금까지의 조리방법을 소개하는 등 갈비분야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실력과 노하우를 인정받았다.

17년전 친구와 함께 한식당에 취직한 것이 조리사와 인연이 됐다는 그는 초창기 설겆이 밖에 할 수 없었던 시절을 설명하며 “일이 고달프고 힘들긴 했지만 당시 ‘이건 괜찮은 직업이야’라는 신념을 갖고 열심히 일했다”고 그때를 회상했다.

조리사로서 제3의 맛, 즉 이상적인 음식을 찾아 고객에게 제공해야겠다는 포부가 남달랐던 이재규씨. 그러나 그 이상적인 음식을 만드는 일을 지금까지도 뒤로 미루고 있는데, 그 이유는 이미 이상적인 음식인 ‘갈비구이’라는 메뉴를 발견했기 때문이다.

‘갈비구이’라는 훌륭한 요리를 누가 제일 먼저 개발했으며 언제 어디서부터 어떻게해서 먹게 됐고 또 판매하게 됐을까? 조선시대, 고려시대 그 이전에도 갈비구이라는 요리가 있었을까? 라는 의문과 함께 그의 수원갈비 연구는 시작됐다.

이씨는 갈비구이라는 메뉴의 태동에서부터 역사적 사실에 입각한 모든 것을 연구하기 시작, 지금까지도 그 연구를 계속하고 있다. 그는 그동안 호텔, 리조트, 단체급식 등 조리사로서 안해본 일이 없을 정도인데 이 또한 다양한 분야에서 갈비에 대한 경험과 노하우를 터득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었다.

뿐만 아니라 수원갈비의 복원과 보급을 위해 몇해전부터 열리고 있는 ‘수원 갈비축제’에 참여, 그가 직접 양념한 수원갈비 특유의 독특한 맛으로 내국인은 물론 외국인들에게까지 큰 호응을 얻기도 했다.

그러나 알면 알수록 더 궁금한 것들이 더 많아지자 그동안의 연구에 한계를 느끼고 또 보다 폭넓게 공부를 하고 싶다는 욕심에 뒤늦게 대입을 결심, 경기대학교 조리학과 시험에 3번 도전한 끝에 입학해 현재 4학년에 재학중이다. 30살이 넘어 시작한 대학생활이지만 공부하고 연구하는 자세만큼은 이제 갓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에 들어온 신입생같은 열의가 느껴진다.

조리사 생활 17년만인 지난 9월말 수원에 ‘가리쟁임(갈비구이)’이란 갈비전문점으로 터를 잡은 이씨는 “이제껏 터득한 수원갈비의 옛맛을 찾아 고객에게 제공하는 것도 목적이지만 사실은 갈비를 알리고 연구하는 일을 좀더 마음껏 할 수 있도록 현실적인 토대를 마련한 것”이라며 앞으로의 계획을 귀띔했다.

일본의 한 우동집이 몇백년 가업을 이어 내려오고 있다는 사실이 그렇게 부러울 수 없다는 이재규씨.

그는 “명예퇴직이나 조기퇴직을 하고 나서 그동안 모았던 돈으로 식당이나 차릴까 한다는 사람들을 보면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다”며 “이제는 무조건 식당을 경영하는 시대를 벗어나 전문가들이 식당문화를 이끌어 나가야 한다”고 특별히 강조했다.

늘 공부하는 조리사 이재규씨는 미국 캘리포니아 주립대학 마케팅 매니지먼트 과정을 수료했고 개인 홈페이지(www.garee.co.kr)를 운영중이며 또 ‘우리들의 음식이야기 50년’이란 책을 저술중에 있다.

/강경묵기자 kmkang@kgib.co.kr

‘수원갈비’의 이재규씨 인터뷰

올해 경기으뜸이로 선정된 ‘수원갈비’의 이재규씨(34). 수원시 장안구 정자동 소재 가리쟁임의 대표겸 조리사인 그는 “갈비에 대한 이론적인 연구는 물론 다양한 맛을 개발하기 위해 더욱더 노력하겠습니다”라며 소감을 대신했다.

다음은 이재규씨와의 일문일답.

-우리나라 음식중에서 ‘갈비구이’가 가장 이상적이라고 했는데 그 이유는.

▲갈비구이는 그렇게 고급스런 요리도 아니지만 천박하거나 볼품없는 요리도 아니다. 남녀노소 누구나 좋아하고 빈부격차를 초월한 아주 과학적으로 잘 짜여진 음식이라 할 수 있다.

특히 우리나라 음식중에서 외국 사람들이 전혀 거부감을 느끼지 않는 것 또한 갈비구이다. 전 세계인이 즐기는 우리나라의 대표적 요리이며 외국인이 가장 즐겨찾고 또 그들에게 권하기 쉽고 접근하기 좋은 메뉴로 그야말로 세계적으로 나갈 수 있는 음식이다.

-수원갈비의 유래는.

▲1940년대 수원 영동시장 싸전거리에서 이귀성씨가 ‘화춘옥’이라는 간판을 걸고 음식점을 시작한 것이 수원갈비의 시초가 되었다.

화춘옥은 해장국에 갈비를 넣어주는 것으로 인기를 끌었는데 당시 해장국에선 이익을 못보고 해서 갈비에다 양념을 무쳐서 숯불에 구워낸다면 맛있지 않을까 생각하고 56년에 처음으로 갈비를 팔게 된 것이다.

-수원갈비의 특징은.

▲수원갈비는 7㎝의 규정을 준수해야 하며 간장을 쓰면 안되고 조미료 역시 절대 써서는 안된다. 갈비는 숯불에 굽는 것이 원칙이라고 하지만 꼭 그런 것은 아니다. 양념을 약간 약하게 하면 가스를 사용해도 무방하다. 다시말해 수원갈비의 특징은 갈비가 크고 다이아몬드 무늬를 넣지 않으며 간장과 조미료는 절대 쓰지 않는 것이다.

-수원갈비의 옛맛을 재현하기 위해 책자를 저술중에 있다는데.

▲십수년간 조리의 현장에서 오직 갈비구이에 대해서 연구하고 뒤늦게 시작한 대학에서도 갈비구이에 대해서 공부하고 연구해 본 결과 이제는 어떠한 단언을 내려야 할 것 같아서 글을 쓰게 됐다. ‘우리들의 음식이야기 50년’이란 제목의 이 책에는 갈비구이에 대한 이야기는 물론 조리사들의 족보와 삶의 애환 등을 담아내고자 한다.

-조리사가 되고자 하는 후배들에게 한마디 한다면.

▲아무리 세상이 바뀌었다고 하지만, 또 힘들지 않은 일이 없다고는 하지만 조리사는 특히 직업에 대한 확고한 신념이나 긍지가 없으면 견뎌나가기 힘든 직업이라고 생각한다. 힘들고 어려워도 이겨낼 수 있는 인내심을 갖고 열심히 노력하다보면 나름대로 큰 보람도 느끼고 자부심도 느끼게 된다.

-앞으로 꿈이 있다면.

▲저의 마지막 꿈은 조리관련 학과 교수가 되는 것입니다. 젊은 학생들과 함께 연구하고 공부하면서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전 세계 사람들에게 갈비란 음식을 알리고 또 와서 배워갈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는 것이 목표다.

/강경묵기자 kmkang@kg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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