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상의 얼이 깃든 소중한 문화재를 후대에게 물려주기 위한 문화재보수 및 복원공사는 단순 공사와는 다른 엄정한 기술이 필요하다. 그런데 안성시가 2억5천여만원을 들여 지난해 8월부터 올해 6월까지 내성 92.5m와 외성 45.5m 등 138m를 보수한 경기도 기념물 제69호인 죽주산성이 준공된지 3개월도 채 안돼 성곽 곳곳이 무너져 내렸다고 한다. 안성시는 상급관청의 승인조건대로 공사를 마쳤는데 장마로 성곽 일부가 내린 것이라고 해명하고 있지만, 설득력이 없다.
본보의 취재·보도에 따르면 안성시는 시공업체가 문화재청과 경기도 등에서 승인한 석재의 재질과 규격, 시방서 내용과 다르게 시공했는데도 준공처리를 했다고 한다. 성곽을 보수한 석재의 재질이 기존 돌과 다른 재질의 돌로 축조돼 옛 성곽의 멋이 사라진데다 성곽 상부도 문화재청 등에서 승인한 규격보다 2배이상 크며 압축률이 떨어지고 제대로 다져지지도 않아 틈새가 생겨 흔들거리는 등 부실시공을 했다는 것이다.
또 성곽면 뒤편과 산자락 경사 끝부분에는 토사측구를 설치해야 하는데도 2개 정도만 확인됐고 그나마 형식적으로 설치돼 제 기능을 못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더구나 부실시공의 흔적이 이렇게 곳곳에 산재해 있는데도 안성시는 지난해 11월 설계당시 성벽 구배 등을 감안치 않았다며 설계를 변경, 공사비 3천400여만원을 증액시키고 준공기한도 연장해 줬다고 한다. 그렇지 않아도 문화재 정책중 예산규모가 가장 큰 문화재 수리·보수·복원 분야가 복마전으로 변질되고 있다는 지적이 비등한 판국에 죽주산성의 붕괴는 의혹을 면키 어렵다.
사실 그동안 문화재 부실공사는 전국 여러 곳에서 지적됐다. 97년 낙안 읍성 민가보수는 조잡시공으로 문화재 수리업등록이 취소됐는가 하면, 문화재 수리기술자 시험제도는 관련직종에서 10년 이상 근무한 6급 이상 공무원에게 필기시험이 면제됨으로써 합격자가 폭증하고 있다. 수리기술자 정원을 채우지 못한 업체가 있었는가 하면, 각종 문화재보수정비공사 입찰에서 담합한 사실이 비일비재하여 오죽하면 문화재 보수·복원공사는 복마전이라고 하겠는가.
이번에 죽주산성 성곽이 무너져 내렸다는 것은 관리부실 탓도 있겠지만 공사과정에 하자가 있었다는 의구심을 불러 일으킨다. 죽주산성의 붕괴 원인이 밝혀져 다른 시·군의 타산지석이 되어 앞으로는 완벽한 문화재 보수·복원공사가 이루어지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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