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로 1주일째 공쳤습니다.” “내년 초까지 일자리가 없을텐데 이른 새벽 도시락을 싸준 마누라 보기가 민망해 집으로 돌아갈 엄두가 나지 않습니다.”
엊그제 본지 사회면에 실린 ‘일감 뚝 일당 뚝…인력시장 찬바람’제하의 수원 세류동 남문주유소 옆 인력시장 르포기사는 많은것을 생각케 한다.
꼭두새벽에 시작했다가 날이 새면 끝나는 것이 인력시장이다. 낮엔 볼 수 없어 지나도 모르게 마련이지만 날마다 이른 새벽, 가장으로서 가족의 연명을 거는 처절한 생존경쟁 마당인 것이 인력시장이다. 수원 말고도 성남 안양 등 주요도시엔 일정장소에 이같은 인력시장이 선다.
건설경기가 좋아도 일자리 따기가 쉽지 않은 판에 건설경기가 겨울 한파처럼 얼어붙어 건설 노동자들의 가슴을 차갑게 한다. 여기에 퇴출기업의 실직자들 가운데 인력시장에 나오는 사람들이 많아 공급은 느는판에 외국인들의 노임덤핑까지 횡행한다니 실로 설상가상이다.
인력시장 노동자는 가장 1차적 노동력 제공자들이면서 노조도 만들 수 없는 노동자 중 최하위 노동자들이다. 비록 악조건에서 강도 높은 노동일을 하지만 소중한 처자를 거느리기는 화이트칼라 등 다른 근로자들과 다를바가 없다. 이들에게도 사람답게 살 수 있는 행복추구권이 있다.
인력 시장의 최대 위협인 건설경기의 악화가 구조조정에 의한 것이고 구조조정은 명분이 있는 것이지만 하루벌어 하루먹고 사는 처지의 인력시장 노동자들에겐 사람답게 살 수 있는 하루벌이의 기본권을 박탈하는 것이 된다. 인력 노동자들 생존위협이 구조조정의 조건일 수는 없는 것이다. 구조조정의 고통을 인내할 입장도 아니고 그럴 여력도 없는 인력 노동자들을 위한 대책이 시급하다. 정부는 물론이고 광역·기초자치단체도 적정선의 건설경기 활성화 노력이 요구되는 시기다.
/白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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