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백의 사랑을 위하여 피었다./가을 언덕에/구절초 꽃.//그리운 사람 얼굴처럼/산에, 들에/가슴 속에도 피어났다./구절초 꽃.//다시 사랑을 위하여,/순홍의 추억을 위하여/초설이 내려도 향기롭다./구절초 꽃” 어느 시인의 작품 ‘구절초 꽃’이 이 나라 산야에 피었다. 구절초는 시골길 옆이나 밭둑의 볕이 잘 드는 풀밭에서 자란다. 키가 30∼50㎝나 되고 꽃이 필때 쯤이면 너무 웃자라 쓰러지기도
한다. 흰색 꽃이 보통이지만 가끔 연한 보라색 또는 분홍색 꽃이 피는 것도 있다.
구절초는 전국의 산과 들에서 흔히 볼 수 있다. 능선을 따라 난 등산로 주변에서 자라는 것은 산구절초이다. 한라구절초는 잎이 가늘고 땅에 바짝 붙어 자라며 10∼20㎝정도로 키가 작다. 그러나 꽃은 보통 구절초보다 오히려 큰 것도 많다. 강원도 오대산 정상으로 가는 능선에는 우리나라에서 유일하게 겹꽃의 산구절초가 자란다. 황해도 서흥 지방에서 처음 발견된 서흥구절초는 잎이 얕게 갈라졌고, 백두산 해발 2천m
이상 높은 자갈밭에서 자라는 바위구절초는 고산식물의 특성을 잘 간직하고 있다고 한다. 요즈음에는 도시 조경에도 구절초를 심어 그 향기가 그윽하다.
늦은 가을 찬서리를 맞으면서 꽃을 피우는 구절초는 초라한 듯 보이지만 고결한 향기를 품고 있다. 온갖 시름과 한(恨)을 가슴에 간직했으면서 미소를 잃지 않는 한국의 여인상 같다.
구절초는 예로부터 향기로운 차와 약초 술의 재료로 쓰였다. 뜨거울 때 조금씩 마시면 향기가 입안에서 오래 남는다. 국화와 함께 불로 장수약으로 써 왔으나 약효 면에서는 구절초를 한 수 위로 쳤다고 한다. 명의 이시진(李時珍)은 <본초강목(本草綱目)> 에서 “구절초는 건위·보익, 신경통, 정혈, 식욕부진에 좋다”고 했다. 만추에 구절초 꽃 향기 은은한 차(茶)가 본초강목(本草綱目)>
그리워진다.
/淸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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