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민들의 분노 이유 있다

전국 농민회 총연맹 등 농민단체들이 지난 21일 각 지역에서 농가부채 해결을 위한 특별법 제정 등을 촉구하면서 일제히 농민대회를 개최한 뒤 고속도로를 비롯한 주요 간선도로를 점령, 대규모 시위를 전개하였다. 경부고속도로는 물론 중부, 88고속도로가 시위하는 농민들로 수시간 정체되는 상황이 발생, 전국의 고속도로는 하루 종일 혼잡을 이루었다. 또한 일부 지역에서는 흥분한 농민이 분신하는 소동이 야기되었는가 하면, 시위진압 경찰과의 충돌로 인하여 부상자가 속출하는 사태까지 발생하였다.

농민들의 주장은 정부가 농업정책을 잘못 추진하여 농가부채를 증가시켰음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책임을 지지 않고 이를 농민에게 전가시키는 행위는 힘없는 농민들을 무시한 발상이기 때문에 참을 수 없다는 것이다. 개인인 기업인이 잘못하여 수십조의 달하는 부채를 국민에게 전가시킨 대우사태 해결을 위해서는 막대한 공적자금을 투입하면서 농민 부채는 겨우 농협으로 전가시키는 소극적 방법으로 밖에 해결하지 못하는 정부의 대책은 철회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김우중(金宇中) 전 대우회장 등 기업인들은 수십조의 빚을 국민에게 떠넘기면서도 외국에서 호화판 생활을 하고 있는데, 농촌에서 열심히 살아가면서 정부만 믿고 농사를 지은 농민에게는 겨우 이자율이나 낮추어 주는 눈가리고 아웅하는 식의 농가부채 대책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이다.

지난 20일 농림부에서 발표한 농가부채 중장기 분할 상환, 금리 인하 등의 조치는 농민들의 입장에서 보면 만족할 수준이 되지 못하고 있다. 현재 농가부채는 25조6천억원에 달하고 있으며, 이는 계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게다가 농산물 가격은 최하위 수준이다. 돼지고기 한 근에 500원, 배추 한 포기에 100원인 상황에서 어느 농민이 희망을 갖고 농촌에서 농사를 짓겠는가. IMF관리체제때 귀농했던 농민들이 다시 도시로 돌아오고 있지 않은가.

물론 농민에게만 특별대우를 할 수는 없다. 그러나 수십조원의 부채를 국민에게 떠넘기고도 호화판 생활을 하는 부도덕한 대기업 총수를 보면 순박한 농민인들 가만히 있겠는가. 정부는 농어촌부채해결을 위한 특별법을 제정해서라도 분노한 농심을 달래야 한다. 결코 임기응변식 미봉책이 아닌 희망을 갖고 살수 있는 농어촌 대책의 수립이 요구된다.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