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기물관리법이 발효된 이후 38년이 지난 지금까지 이것이 한국 표준형 소각장이고, 이것이 한국을 대표하는 매립장이라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는 시설이 단 한군데도 존재하지 않습니다. 소각과 매립에 치중하고 있는 현실에서 유가인상과 원자재 수입가격의 상승이 무기화 된지 오랩니다.”
올해 ‘목재류 대체 신소재 섬유판재 제조기술’로 2000년 경기으뜸이로 선정된 리텍환경기술개발원 한정광씨(49)는 폐기물처럼 취급당하는 섬유를 이용해 환경친화적인 섬유판재 및 건축용 합판, 축열온돌판넬 등을 개발한 주인공.
한씨는 남들이 눈여겨 보지않는 폐기물을 건축자재나 차량부품, 산업자재 등으로 재활용하고, 쓰고난 제품을 또다시 사용할 수 있는 재생기술을 개발해 환경보전은 물론 저비용 고부가가치 제품을 생산해 수입대체 및 자본재 산업의 경쟁력을 향상시킨 것이 인정돼 경기으뜸이로 선정됐다.
11년동안 환경만을 생각한 한씨는 실제로 사용할 수 있는 실용기술 개발을 목적으로 꾸준한 연구개발과 한국자원리사이클링학회 등에 연구논문을 발표한 결과, ‘신소재 섬유판재 제조공정 및 2차가공 신소재 미장판재의 제조공정, 신소재 완충봉투, 신소재 건축용 판넬부재 등 7가지 발명특허를 등록했으며 신소재 건축물 마감재 제조기술 등 13건의 발명특허를 출원할 만큼 우수한 제품 개발에 힘쓴 노력파다.
한씨는 “미국이나 유럽공동체(EU)에서는 대체·대용제품 개발이 마치 전쟁처럼 치열해 쓰레기 때문에 일어나는 문제를 상당부분 해결한 상황이지만, 우리나라는 지역감정에다 대체기술까지 부족인 현실에서 비싼 로열티의 기술을 도입하는 것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1974년 부산 우진기계공업(주)에서 산업설비 제작을 시작으로 기계와 인연을 맺은 한씨는 1988년부터 동우플랜트 엔지니어링(주)에서 기술영업을 하면서 재활용이 불가능한 기계제품들이 마냥 방치되는 것을 보고 폐기물의 심각성을 느끼게 됐다.
원자재값이 하나도 들지 않는 폐자원을 이용하면 쓰레기 매립부지와 매립비용을 줄이는 것은 물론 2차 환경오염도 막을 수 있다는 한씨는 1994년 (주)진도 환경기술연구소 기술개발 부장시절 재생기술관련 특허 3개를 등록하고 한국건자재시험연구원에서 공인받으면서 본격으로 실용기술을 개발했다. 또 1997년 10월에는 과학기술부 신소재 섬유판재 국산기술인증인 ‘K/T마크’를 획득하는 등 대외적으로 기술을 입증받았다.
한편, 독자적인 기술개발을 위해 1998년 9월 수원대 첨단과학기술연구센터에 ‘리텍환경기술개발원’을 창업, 재생기술에 박차를 가하기 시작했다.
“IMF가 한참인 시기여서 자금 문제 등 어려움이 많았지만 환경분야에 실제 적용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해 국제경쟁력을 높이고자 창업을 결심했습니다.”라고 말한 한씨는 다음해 5월에는 화성군 팔탄면 가재리에 제품제작을 위한 시범생산시설인 ‘파일롯’을 준공했으며, 최근 한양대학교 안산캠퍼스 창업보육센터에 연구실을 차려 제2의 도약을 꿈꾸고 있다.
올해 1억 7천만원의 매출을 올린 한씨는 “원자재 값이 사실상 들지 않고 우리 기술로 만든 것이기 때문에 벤처 중에서도 수익이 나지 않는 환경벤처에서 무한한 가능성이 있는 분야”라면서 회사를 경영하면서 이것만은 꼭 지키자는 다짐이 있다. ‘깨끗한 사람, 당당한 기술, 신사적 경영’이 그것으로 경영인으로서 정직과 성실을 잃지 않으려는 각오다.
한편 수원 ‘사랑의 집 짓기’에 건축자재를 제공하기도 한 한씨는 환경 붐을 타고 한때의 이기심이나 요령을 찾아 혼자만 잘 살기 위한 것은 의미가 없다고 한다. 항상 준비하고 바로 실행하는 경영철학을 잊지 않기에 한씨의 밝은 미소만큼이나 리텍의 미래가 밝다.
현재 리텍은 11명의 직원중 석박사급의 고급연구인력 6명의 강력한 맨파워를 보유하고 있으며, 내년 열릴 세계적인 특허전시회 미국 시카고전과 독일 하노버전에 참가해 세계적 기술과 어깨를 나란히 할 예정이다.
현재 구성비와 밀도가 일정하고 내열성과 방수성이 우수한 레텍의 제품을 수마트텍, 가나블록, 대보건설 등의 업체에 건축용 자재류, 목공소재류, 산업자재류를 납품하고 있는 한씨는 고객들이 제품에 신뢰를 갖으면서 주문량이 쇄도해 내년에는 대량생산시설을 갖춰 공급에 차질이 없게 할 계획이다. 또 향후 국내생산성이 높아지면 전량 해외시장을 집중 공략해 외화획득에 한몫 할 것이라고 한다.
이 달 11일 ‘섬유의 날’을 맞아 한국섬유협회는 환경친화적인 제품 개발 공로를 인정, 한씨에게 ‘연구개발 유공자상’을 수여하기도 했다. 자신의 몸까지 재활용하겠다며 장기기증에 서명까지 한 한씨에게 어쩌면 과분한 수상만은 아닌 것 같다.
경기도내 방치된 폐기물을 처리하려면 800억원 정도의 매립부지와 매립비용이 든다.또 수도권내에 60% 섬유업계가 집중돼 있어 무엇보다 섬유류 폐기물의 안정적인 재활용이 필요하다.
이에 한씨는 경기도나 일반인이 재활용 사업을 시범적으로 추진한다면 자신의 보유기술을 최대한 발휘하는 것은 물론 폐기물 이용 대체기술을 제공할 생각이라고 한다.
“제가 맡은 분야에서 나름대로 경기으뜸이로 인정받은 만큼 경기도에서 재활용 관련 시범기업인 ‘Seed Company’가 되어 지금같이 경제가 어려운 때에 국가경쟁력을 높이는데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이형복기자 mercury@kg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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