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탄강댐 건설 적합하지 않다

주민들과 시민단체들의 강력한 반발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한국수자원공사가 한탄강댐 건설을 강행하는 것은 온당치 못하다. 해마다 되풀이되는 홍수와 경기북부 물부족사태에 대비하고자 연천군 고문2리 한탄강 계곡에 총저수량 3억6천500만t 규모의 다목적댐을 건설하려는 당위성을 모르는 바는 아니다.

그러나 화산과 단층작용에 의해 형성된 지구대 협곡을 따라 흐르는 한탄강은 100∼150m로 폭이 좁고 유속이 빠른 등 지형과 지질이 적절치 못하다는 반대주장을 유의해야 한다. 댐을 건설한다해도 홍수조절능력이 약하며 양안(兩岸)기슭이 풍화·침식되기 쉬운 현무암층이어서 댐붕괴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댐이 건설될 경우 국내에서 보기 드문 현무암 분포지대와 농경지 20㎢가 수몰되고 500여 가구가 이전해야 된다. 특히 재인폭포 등 천혜의 자연경관과 전기 구석기 선사유적지가 수몰될 뿐아니라 비무장지대의 생태계도 파괴된다고 한다.

실정이 이러한데도 한국수자원공사가 지질조사를 위한 시추작업을 강행하는 것은 ‘제2의 동강댐’ 논란을 자초하는 셈이다. 더구나 댐건설 예정지역인 연천군이 지난 7월 “홍수피해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한탄강댐보다 남북협력사업인 민통선 지역의 임진강댐을 건설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내용의 의견서를 건교부에 보냈는데도 묵살한 것이 아니냐는 의구심을 불러 일으킨다. 연천군의회도 자연생태보전과 지역여건을 감안해 지난 4일 한탄강댐설치 반대결의안을 채택, 청와대에 제출했다고 한다.

한국수자원공사의 공사강행 의도가 전혀 납득이 안가는 대목이 또 있다. 지난 1997년말 수자원공사가 펴낸 입지보고서와 경기도의 1998년 한탄강수계 하천정비계획에서 군작전지역이 많고 취약한 현무암 경관이 이어져 댐입지 조건이 불량하다고 평가한 바 있다는 사실이다.

댐입지 조건이 불량하다고 이미 자체적으로 평가한 바 있는 한국수자원공사가 한탄강댐 건설을 추진하다니 이 무슨 해괴한 자가당착인가. 한국수자원공사는 논란을 거듭하다가 결국은 포기한 동강댐 건설중단 사태를 교훈삼아 연천군과 연천군의회, 그리고 연천·포천·철원군 시민단체들의 주장을 하루 빨리 받아들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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