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미국의 비극’은 1925년 미국작가 데오도어 드라이저가 출판했다. 당시의 사회 병소를 예리하게 지적한 것으로 평가받았다. 1920년대 미국의 자본주의가 낳은 입신출세주의, 황금만능주의의 폐해를 묘사한 내용이다. 출세를 위해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는 도깨비같은 청년 글리피스가 부호의 딸과 결혼할 욕심으로 임신중인 약혼녀 보버타를 살해한다.
여기까지는 요즘의 국내 텔레비전 드라마에서도 흔히 나오는 출세에 눈먼 배신과 비슷하다. 마침내 법정에 선 글리피스는 자신의 죄과를 뉘우치기는 커녕 오히려 큰소리친다. ‘나의 행위에 대한 책임은 미국사회에 있다’고 강변한다. 글리피스는 결국 사형에 처해 전기의자에 앉게 된다.
별것 아닌 것 같은 자연주의적 수법의 이 작품이 주목받는 것은 당시의 미국사회 비극을 부각시킨데 그치지 않고 장래의 비극을 전망했다고 보는데 있다.
미국은 이밖에도 흑백문제, 마약문제 등이 심각하다. 언젠가는 흑인 대통령이 나온다. 그때 가면 수면밑에 잠재해 있는 인종분쟁이 표면화할 것이다. 마약문제는 연방정부가 ‘마약과의 전쟁’을 선포한지 오래 됐는데도 여전히 심각한 상태다. 걸핏하면 터지는 총기난동사태도 미국사회의 큰 고민이다.
1914년∼1918년의 1차세계대전, 1939년∼1945년의 2차세계대전에 참전, 연합국의 승리로 이끌면서 세계를 주도해왔다. 이같은 주도력이 21세기 들어 만약 상실된다면 외부의 도전이 아닌 미국사회의 내부붕괴에 기인할 것으로 보는 관칙이 있다. 이번 미국대통령선거의 유레없는 혼미가 ‘미국의 비극’을 예고하는 것이 아닌지 모르겠다.
/白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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