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들어 우리나라 건설업체들의 대외신인도 하락으로 해외건설 수주실적이 지난해 절반수준에 머무는 등 해외건설공사 수주에 비상이 걸렸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이 분석한 해외건설의 현주소를 진단하고 대책을 알아본다.
▲현황
11월 10일 현재 우리나라 해외건설 수주실적은 40억4천415만 달러로서 금액기준으로 지난해 같은기간에 비해 55.0% 수준으로 나타났다.
이는 같은기간 동안 106억6천541만 달러를 기록했던 97년과 비교하면 37.9%에 불과한 수준이다.
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앞으로 연말까지 계약예정인 공사를 감안하더라도 올 해외건설 수주실적은 작년의 70% 수준인 65억 달러 내외에 그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지역별로는 중동, 태평양·북미, 그리고 중남미 시장이 지난해 같은기간에 비해 각각 72.4%, 89.3%, 75.1%나 감소해 실적부진이 두드러진 것으로 조사됐다.
북미시장의 저조는 대형 건설업체들이 IMF이후 현재까지 유동성 경색을 겪고 있어 대내·외적으로 개발사업에 대한 투자를 전면 철수했기 때문이며 중동 및 중남미 시장의 저조는 플랜트 부문의 수주부진을 주요인으로 들 수 있다.
공종별로는 총수주액의 63.5%를 차지한 토목부분이 작년동기에 비해 140.9%나 증가한 25억6천670만달러를 기록해 뚜렷한 증가세를 나타냈다.
그러나 건축과 플랜트부문은 각각 2억4천649만달러와 10억9천348만달러를 기록, 작년 같은기간에 비해 각기 85.1%와 75.5%가 감소했다.
토목부문의 수주증가는 외환위기 기간동안에 미루어졌던 동남아시아 개도국들의 사회간접자본 확충을 위한 프로젝트 발주 증대와 대만의 지진 복구사업 등에 힘입은 것으로 분석됐다.
건축부문의 수주감소는 외환위기 이후 주요 발주처인 동남아시아 개도국의 민간시장의 몰락으로 개발사업에서 전면철수한 것이 직접적인 원인으로 조사됐다.
업체별 동향은 해외건설 상위 10대 업체들의 올해 실적이 지난해 같은기간의 68억5천110만달러에 비해 45.3%나 감소한 37억4천827만 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전체 해외건설 실적의 92.7%에 해당하는 수치로 우리나라 해외건설이 10대 업체들에 의해 거의 좌우되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러나 현재 이들중 대우, 신화건설, 동아건설, 경남기업의 4개사가 11·3조치에 따른 비정상적인 경영상태이다.
또 11월 10일 현재 22억8천33만달러의 수주실적을 기록해 올 해외실적의 56.4%를 차지하는 현대건설이 심각한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어 향후 추가수주가 불투명한 실정이다.
▲원인
먼저 IMF 이후 하락한 우리나라 국가신인도(BBB)의 회복이 미진한데다 10월말 현재 100대 건설업체 중 39개사가 관리대상 업체로 지정되는 등의 이유로 건설업체의 대외 신인도가 하락한 것이다.
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7∼9월까지 3개월간 신인도 하락으로 보증을 받지 못해 입찰을 중도에서 포기하거나 입찰자격 사전심사에서 탈락한 사례가 10여건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해외건설 수주실적 10대 건설업체들 중 4개사가 관리대상 업체인 것을 감안할 때 유동성 위기에 직면한 업체들이 대내적인 문제해결에 급급해 수주가능성과 수익성이 의문시 되는 해외진출에 보수적인 입장을 견지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와함께 플랜트 분야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엔지니어링 분야의 국제 경쟁력이 부족한 것을 꼽을 수 있다.
선진국의 엔지니어링 업체들은 국경을 초월한 합병과 전략적 제휴 등을 체결해 사업영역의 확장과 분야의 다각화를 추구하면서 국제 엔지니어링시장의 요구에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중이다.
이에 비해 한국의 엔지니어링 업체들의 노력은 너무나 미약하다는 지적이다.
이밖에 프로젝트 파이낸싱(자본유치) 능력의 부재 역시 수주부진의 주요 원인이다.
국제유가 상승으로 중동지역에서 활발한 발주가 예상되었음에도 불구, 프로젝트 파이낸싱을 요구하는 공사가 증가하고 있어 우리나라 건설업체들의 수주에 장애요인으로 부상하고 있다.
현대건설은 최근 아랍에미리트에서 3억달러 규모의 공사를 최저가로 입찰했으나 발주국의 프로젝트 파이낸싱 요구에 응하지 못해 결국 이탈리아 업체가 수주하게 됐다.
반면 SK건설이 멕시코에서 수주한 마데로 정유 프로젝트의 경우는 SK건설이 주선한 금융제공이 프로젝트 수주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대책
현재 이러한 상황에 대해 해외 발주처들은 개별업체의 재무상태의 문제라기 보다는 한국 건설업 전반의 취약성으로 해석하는 경향이 강하다.
따라서 해외은행의 경우 우리나라 건설업체에 대한 보증을 기피하는 현상이 심화될 것으로 예상되며 현대건설의 심각한 유동성 악화현상 역시 해외의 이러한 시각에 악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
그러므로 정부가 추진중인 제2차 기업 및 금융 구조조정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함으로써 국가신용등급의 상향조정과 해외건설 경쟁력 강화를 위한 정부 지원정책이 가시화 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와 함께 건설업체들은 살아남기 위한 뼈를 깎는 구조조정을 통해 실적·외형 중심에서 내실·기술 중심으로 경영전략을 전환하는 노력이 절실히 요구되고 있다. /표명구기자 mgpyo@kg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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