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경제에서 공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대단하다. 더구나 최근 대우·쌍용·동아건설 등 대기업이 해체되고 현대 등과 같은 대기업도 현재와 같은 재벌 체제로는 사실상 생존하기 힘든 상황이기에 한국경제에서 공기업이 가지는 비중은 더욱 커질 것이다. 때문에 공기업의 건실한 운영과 구조조정은 사기업의 모범이 되어야 한다.
그러나 최근 전개되고 있는 공기업 운영이나 구조조정을 보면 공기업이 오히려 사기업보다 더욱 부실하게 운영되고 있거나 때로는 구조조정조차 거부하고 있어 문제가 되고 있다. 지난 주 파업 여부로 국민적 관심사였던 한국전력도 예외는 아니다. 한전은 부채가 현재 34조원이다. 한해 순이익이 2조원 가량 되지만 이는 연간 2조6천억원의 이자비용을 부담하는데도 벅차는 액수이다. 그러나 한전은 현재의 전력수급 상황을
보면 앞으로 67조원의 투자를 필요로 하고 있는데, 이를 구조조정없이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지 참으로 염려된다.
이런 상황은 한전뿐만 아니다. 대부분의 공기업들이 방만한 운영을 하고 있음에도 국가 기간산업이니 또는 육성을 필요로 하는 산업이라는 이유에서 심지어 적자가 눈덩이 같이 불어나도 그대로 운영되고 있다. 공기업 대부분이 정부의 보호 속에 온실경영을 하고 있으며, 경영자들이 굳이 노조와의 충돌을 야기시키는 구조조정을 강력하게 추진하지 않으려는 것도 문제가 되고 있다. 노조 역시 구조조정의 필요성은 인식하면서도 조합원 감축이라는 이유로 구조조정을 반대하고 있다.
공기업에 임하는 정부의 자세 역시 문제이다. 시장논리에 따라 원칙을 적용하기보다는 정치논리에 따라 또는 숫자의 힘을 가지고 대규모 시위를 하는 노조의 압력 때문에 원칙없이 방황하는 사례가 많아 구조조정이 되고 있지 못하다. 또한 공기업의 책임자들 대부분이 전문경영인이기보다는 퇴직관리나 또는 선거때 논공행상에 의하여 이뤄진 것이기 때문에 기업의식도 약하고 또한 구조조정 작업에 대한 리더십도 부족하다.
이런 현상은 지방공기업도 마찬가지이다.
공기업 구조조정을 더 이상 늦추어서는 안된다. 사기업 구조조정에 모범을 보이기 위해서도 시장논리에 따라 원칙에 입각한 구조조정을 해야 된다. 공기업이 혈세만 낭비하는 거대한 공룡(恐龍)이 되어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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