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납세 27억 행방 밝혀야

부천시의 지방세 수납행정 어디엔가에 또 구멍이 크게 뚫려 있다. 부천시가 지난 94년 세무비리사건을 계기로 95년부터 도입한 세정 부문전산화 이후 5년간 수기(手記)징수 원부와 전산망에 기록된 체납액의 차액이 27억원이나 돼 또 다시 파문이 일고 있다. 부천시가 세금 수납의 복식부기와 완전 전산화를 위해 지방세 등의 부과·징수 수납장부와 세무전산망과의 체납자료 대사작업 과정에서 드러난 이같은 차액은 지방세무행정의 허술한 단면을 재확인 시켜주는 것이다. 차액행방에 대한 의혹이 제기되는 것도 당연하다 하겠다.

지난 94년 벌어졌던 대규모의 지방세 횡령사건에 대한 국민들의 기억이 아직 생생함에도 지방세의 운영현실은 여전히 주먹구구식 허점을 드러내고 있는 사실이 한심할 따름이다. 세도(稅盜)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당국이 임기응변적으로 대처했을 뿐 본질적 개선 노력은 미흡했던 게 아닌지 의심스럽다.

부천시가 체납액 차액에 대해 등재누락 이중등재 및 금액·연도·세목착오등재 때문이라고 밝힐 뿐 정확한 원인규명없이 불일치 차액을 일치시키는 작업에만 몰두하고 있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 이렇게 해서 의혹을 말끔히 씻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더욱이 지방세 수기 징수 원부와 전산망상의 체납액 불일치는 모든 지자체에서 볼 수 있는 전국적인 현상으로 당연시 하는듯한 관계자의 강변은 그렇기 때문에 이같은 틈새에 비리가 개재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상정해 볼수 있다.

수기 원부와 전산망간 체납액이 불일치하는 것은 두가지 측면에서 생각해 볼 수 있다. 우선 실무자의 단순 실수에 의한 착오라면 천만다행이지만 그렇지 않고 만에 하나 비리에 의한 것이라면 큰 충격이 아닐 수 없다. 현 회계제도는 현금주의에 따라 지출이 발생했을 때 지출내역과 금액만 장부에 기재하는 단식부기 형태로 금전출납부 수준에 불과하기 때문에 내역을 고의로 빠뜨리면 찾기가 어려운데다 재산의 증감상태도 일목요원하게 파악하기 곤란하다.

이런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세도사건 이후 부분전산화가 됐고 복식부기 전산화 시범시로 지정된 부천시에서 조차 이런 차액이 발생한 것을 감안할 때 다른 지자체들은 더 큰 차액이 있을 것이라는 추론이 가능하다고 본다. 부천시의 예가 어떤 원인에 의한 것이든 주목받는 의혹을 불식시키기 위해서도 철저한 자체조사와 함께 의심스러운 점은 수사기관 수사도 병행되어야 할 것이다. 우리는 대다수 공무원들이 자신의 직분에 충실하다고 믿는다. 공직사회 스스로의 명예를 위해서 미심쩍은 부분을 철저히 가려내 국민앞에 숨김없이 내보이도록 부천시와 관계당국은 노력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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