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방도로가 막혀서야

주택가 소방도로의 불법주차와 주차 무질서는 이제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 밤낮 없이 차량이 통행해야 하고 때로는 소방차 구급차가 지체없이 들어올 수 있어야 할 주택가 도로가 주차장으로 변해가고 수시로 통행이 막히고 있다. 주민 모두가 큰 불편을 겪고 있는 것은 물론이고 화재 등 비상시에는 대형 참사마저 우려되고

있다.

경기도 소방재난본부에 따르면 도내엔 이처럼 무분별한 주차로 소방차 진입이 어려운 소방도로가 180곳에 총연장 79㎞나 되고 있다. 특히 소방법상 건물 밀집구역으로 화재발생의 우려가 커서 시·도지사가 지정한 ‘화재경계지구’내 소방도로 5곳(4천448m)도 차량진입이 어려운 상태다. 화재가 발생했을 때 소방차가 진입하지 못해 발만 구르게 될 것을 연상하면 아찔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국은 남의 일처럼 무대책으로 일관하고 있으니 한심하다. 오히려 차량 증가추세에 비례해 ‘막힌 소방도로’는 계속 늘어나고 있는 실정이다. 원래 보행자 중심의 생활도로이면서 어린이 놀이터 구실도 해야할 주택가 도로가 무분별한 주차공간으로 바뀌면서 안전사고도 빈발하고 있다. 다른 차량이 주차할 수 없도록 설치해 놓은 각종 장애물은 한낮의 통행마저 방해하고 있다.

재래시장의 소방도로도 마찬가지다. 화재취약지역으로 지정돼 관리되고 있는 도내 32개 재래시장 소방도로는 상점에서 진열한 상품과 노점좌판 불법주차 등으로 막혀 있다. 목재건물에 LP가스 석유난로 등 위험한 화기를 사용하고, 일부 재래시장은 상점에서 주거하는 등 취약점을 안고 있으면서도 화재 무방비 상태다.

주택가 도로는 간선도로의 보조기능을 갖는 도로로서 유지돼야 한다. 불법주차로 온통 주택가 도로가 막히는 것을 더 이상 방관해선 안된다. 그러나 주택가의 심각한 주차난을 감안하면 단속만으로는 해결될 사안이 아니다. 근본적인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 차고지증명제가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이 제도 도입을 계속 미룰 경우 주택가 도로의 혼잡은 더욱 악화될 뿐일 것이다. 주택가 이면도로에 주차구획선을 그어 주차료를 징수하는 시책도 확대해 나가야 한다. 그렇게 되면 야간 주차질서가 어느 정도 확립되고 주차선 이외의 불법주차로 인한 긴급차량의 통행장애도 줄어들 것이다. 재래시장 도로도 특정 상인들의 점유대상이 될 수 없다. 화재취약지일수록 방화관리를 강화하고 최소한의 소방도로는 확보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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