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값

통칭 ‘한국개’인 진돗개·풍산개·동경(東京·경주의 옛 이름)이·제주개·삽살개·오수개 가운데 일반국민에게 한국을 대표하는 개를 뽑으라면 거의 진돗개를 뽑는다. 천연기념물 제53호인 진돗개는 전남 진도가 주산지로 특유의 귀소본능과 훈련에 따른 충성심, 민첩성 등으로 사랑을 받고 있다.

국내 최고의 진돗개로 알려진 노랑이(여섯살)는 장바구니 심부름을 하고 한글을 해독할 수 있을 정도로 뛰어나다고 한다. 북한의 ‘나라 개’인 풍산개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청와대에 2마리를 기증한 뒤 인기가 급상승했는데 최근 서울대공원으로 옮겨져 일반에 공개되고 있다.

최근들어 부쩍 관심을 끌고 있는 ‘댕견’ 혹은 ‘땡견’으로 불리는 동경이는 용인시 수지읍에 사는 강진웅씨가 번식시킨 개로 유전적 형질에 의해 꼬리가 없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사냥능력과 훈련 성취도, 적응력 등이 뛰어나 시각장애인 안내견으로 제격이라고 한다. 그런데 이들 ‘개값’이 보통이 넘어 웬만한 재력의 애견가가 아니면 소유하기도 어렵다. 애견가 배모씨 소유의 노랑이는 7천만원이고 북한 천연기념물 제368호인 풍산개는 3천만원선이라고 한다.

현재 일반에 잘 알려지지 않은데다 개체수도 50여마리에 불과한 동경이는 500만원선이고, 삽살개는 200만∼500만원, 의견(義犬)으로 잘 알려진 오수개(전북 임실군 오수면)와 제주개는 1천만원 내외에서 가격이 형성돼 있다.

일상생활에서 인간 이하나 싼 물건등을 표현할 때 ‘개만도 못하다’ ‘개값 물어주지’라고 말하지만 이제는 개값이 그야말로 ‘금값’이 되었다. 나라살림꼴이 말이 아니어서 실업자는 점점 늘어나고 겨울에 노숙을 할 만큼 사람값은 떨어지는데 개값이 금값이라니 서글프다.

/淸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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