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 순방을 마치고 귀국한 김대중 대통령은 30일 아침 한광옥 비서실장 등 청와대 참모들로부터 장시간 보고를 받고 당정개편은 정기국회이후에 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 대통령의 6박7일 순방 기간 내내 국내에서는 국정이 위기 국면을 맞고 있다는 지적과 함께 여권이 특단의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고, 김대통령이 귀국 직후 모종의 정국 수습책을 제시할 것이라는 관측이 대두돼 왔다.
이같은 주장들은 한마디로 김 대통령이 정국 쇄신을 위해 조기에 대대적인 당정개편을 단행,인적 개편을 통해 하루빨리 정국의 분위기를 쇄신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날 김 대통령에 대한 보고를 마친 뒤 청와대 기자실을 찾은 한 실장은 당정개편은 정기국회 이후에나 할 것이라고 못박았다.
한 실장은 “정기국회에서 법안과 예산안을 처리하는 것이 중요하며, 무엇보다 금년말로 예정된 금융·기업 개혁을 서둘러야 한다는 것이 김 대통령의 생각”이라면서 “위기라고 표현할 수 있는 부분도 있고, 그같은 인식은 차이가 없지만 이를 처리하는 방식은 다를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한 김 대통령이 민심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서도 “오늘 보고하면서 김 대통령은 정확히 국내사정을 알고 있음을 새삼 느꼈다”며 “언로가 막힌 적이 없다”고 강조했다.
한 고위 관계자도 “지나친 위기 상황을 조장하는 것은 사태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면서 “노벨 평화상 수상식이 끝난 뒤 이회창 한나라당 총재와의 영수회담 및 정기국회 등의 일정을 마무리 한뒤 당의 체제 정비와 일부 정부 인사에 대한 개편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청와대는 여론에 쫓겨 국정 쇄신책의 마지막 카드인 당정개편을 서둘러 단행하지는 않겠다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이다.
경제가 여러 국내외적 요인으로 어려운 것은 사실이지만 그럴때 일수록 4대개혁을 다그쳐야 하며, 정치·사회적인 어려움이 있지만 특단의 대책을 취해야 할 정도의 상황은 아니라는 것이 청와대의 시각인 것이다.
김 대통령이 이날 오후 전윤철 기획예산처 장관으로부터 한전 사태에 대한 보고를 받고, 이번주 경기도와 강원도에 대한 업무보고 일정을 예정대로 진행키로 한 것도 조급하게 국정쇄신책을 내놓지 않고 여유있게 국정운영에 임하겠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김 대통령은 또 내달 10일 노르웨이 오슬로에서 거행되는 노벨 평화상 수상식에도 참석키로 했다. 일각의 부정적 여론이 있지만, 불참이 오히려 국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판단 때문이라고 청와대측은 밝혔다.
다만 한 실장은 “규모와 일정은 최소화하고 단축할 것”라고 밝혔다.
/유제원기자 jwyoo@kg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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