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준어 실종

서울역 건너편의 효자동행 전차 기점, 전차 꼭대기의 전선 도르레가 불꽃을 반짝거리며 막 떠나가는 야경. 마포나루에서 바라보는 여의도 비행장이 잠자듯 불빛만 가물거려 조용하기만했던 한강 수중 섬, 지금은 아파트도시가 된 강남의 말죽거리며 영동이 허허벌판이었던 그 시대의 서울이 진짜 정감넘친 서울이었다. 공룡처럼 거대해진 지금의 서울은 괴물도시이지 정감어린 서울이 아니다. 이처럼 서울의 본색이 퇴색되면서 그 순수성을 상실한지 벌써 오래다.

연대로 치면 1950년대까지의 서울이 진짜 서울이다. 팔도사람이 모인 짬뽕서울이 되면서 사방팔방으로 비대해진 지금의 서울은 언어의 혼돈을 가져왔다. ‘현대 중류사회에서 쓰는 말을 표준어’로 보는 설정기준이 종잡을 수 없게 됐다.

현대사회의 서울 중류층 말은 한두가지가 아니고 가지각색이다. 각 지방 사투리가 저마다 판을 치는 가운데 다방같은데선 정권따라 특정지역 사투리가 위세를 떨치고 행세하는 이상한 서울이 됐다. 원래의 서울말은 찾아볼래야 찾아보기가 어렵게 돼버렸다.

그 옛날, 시골에서 출발한 서울행 기차가 노량진이 가까워지면 시골사람들이 서울말을 따라 흉내내던게 유치한 것이었지만 그래도 그땐 서울말이란 것이 있었다.

물론 다원화, 다양화, 다중화 사회구조의 추세에서 서울 고유의 말을 지키기란 어렵다. 그러나 지방사투리에 표준어가 잠식당해 실종돼가는 것은 심각한 현상이다. 가뜩이나 사회가 거칠어진 탓인지 말조차 거칠어져 가고 있는 실정이다. 표준어에 대한 학문적, 사회적 개념의 재정립이 있어야 할 시기가 아닌가 생각해 본다.

/白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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