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94년 시흥시 오이도∼안산시 대부도를 잇는 길이 12.6㎞의 방조제가 만들어지면서 생긴 인공담수호인 ‘시화호’는 호수면적만 1천700만평에 달하고 주변 간척지까지 합치면 5천만여평에 이르지만 그동안 우리나라 간척사업의 대표적인 실패작으로 꼽혀온 ‘죽음의 호수’였다. 그러나 수많은 환경·시민단체들의 끊임없는 노력으로 ‘죽음의 호수’가 ‘생명의 호수’로 거의 기적적으로 되살아나자 시화호 일대 개발을 놓고 중앙정부와 해당 자치단체 및 시민단체와 중앙정부가 갈등을 빚고 있어 또 다른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
먼저 해당자치단체인 안산시·화성군·시흥시가 서로 다른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안산시는 세계적으로 보존가치가 높은 공룡알 화석과 발자국이 발견된만큼 시화호 일대를 환경교육의 장으로 활용하자고 주장하면서 관광모노레일과 해양스포츠센터 등을 갖춘 테마파크 조성을 내세우고 있다. 화성군은 공룡알과 발자국 화석이 발견된 송산면 무인도 5개섬 등을 문화재보호구역으로 지정하고 자연사박물관을 건립하는 동시에 농지확대와 식량자급을 위한 농경지 조성을 요구하고 있으며 시흥시는 환경시설유치에 반대하며 산업용지개발을 최소화하고 시화 배후 주거도시의 생활환경개선을 위한 녹지공간과 휴식·휴양공간 확보의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다.
그러나 건설부는 363만평 규모의 산업단지조성과 1천815만평에 이르는 도시건설을 계획하고 있고 농림부는 1천9만평에 달하는 농경지를 조성하는 한편 인근 대부도와 연계한 관광과 농업을 결합시키는 사업을 구상중이다.
또 해양수산부는 시화호일대의 조수간만차가 큰 점을 활용한 조력발전소와 항만 건설을 통한 국가기간산업 확충에 나설 계획을 추진하고 있고 환경부는 수도권 일대의 폐기물처리를 위해 시화호 북쪽 간석지 일대에 환경부 지정 폐기물처리장 등 환경시설을 입주시킬 계획을 지난 5년전부터 세웠다고 한다.
시화호가 죽어간다고 비난이 드높을 때는 모두 네 탓이라고 발뺌하던 과거지사를 생각하면 어처구니가 없지만 시화호 일대 개발을 둘러싸고 이같이 서로 다른 입장을 주장하는 것은 불필요한 소모전이다. 우선 시화호 개발의 정확한 개념정립과 함께 공청회를 통한 여론수렴부터 실시해야 할 것이다. 특히 시화호 개발을 둘러싼 자치단체와 중앙정부간의 계획에서 중앙정부의 계획은 철회돼야 한다는 것이 우리의 판단이다.
화성군과 시흥시, 안산시가 절묘하게 협력하여 통일된 시화호 개발 청사진이 완벽하게 나오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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