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민

물론 살기 위해 먹는 것이지만 먹기 위해 산다는 말이 있듯이 옛날이나 지금이나 사람은 먹고 사는 것이 제일 큰 문제다. 어찌 사람뿐인가. 목숨이 있는 동물들은 먹이를 구하는 일이 가장 큰 중대사다. 그래서 옛날부터 백성들은 먹는 것을 ‘하늘’로 어겼으며 국가는 양식을 중시하지 않을 수 없었다. 역대의 민란이 거의 민생고, 즉 먹는 문제때문에 일어났다. 제왕들은 어떻게 하면 백성을 잘 먹일 수 있느냐를 국정의 가장 큰 일로 여겨 제왕이 처리해야 할 여덟가지 중요한 나랏일을 두었고 먹이는 문제, 곧 식(食)을 으뜸으로 꼽았다.

‘삼국사기’에 의하면 우리나라가 최초로 벼 농사를 짓게 된 것은 백제 2대왕 다루왕(多婁王) 6년(33년)이다. 이때부터 줄곧 중농정책을 실시해 왔다. 수로를 내는가하면 제방을 쌓아 저수지를 만들었으며 백성을 부리되 농사철은 피했다. 수시로 농사의 중요성을 일깨웠고 왕이 직접 모범을 보이기 위해 쟁기를 잡았다. 추수때에는 친히 임하기도 했다. 풍년을 기원하였고 비가 오지 않으면 기우제를 지냈다. 심지어 씨앗을

바치고 보관하는 데에도 장중한 의식을 행하였다. 농사에 대한 경건한 마음은 종교를 능가했을 정도였다.

그런데 지금은 중농(重農)은 커녕 경농(輕農)이 되었다. 아니 천농(賤農)으로 바뀌었다. 농민들이 농촌을 떠나며 폐농을 선언할 정도이니 우리나라의 농정(農政)이 농업을 얼마나 천시하는가를 알 수 있다. 실례로 경기도가 내년도 농촌지원 및 관련사업 예산을 올해보다 516억3천여만원이나 대폭 삭감한 것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농심’을 외면한 행정의 본보기라고 하겠다.

“나라는 백성으로 근본을 삼고, 백성은 먹는 것으로 하늘을 삼는 법이다. 농사라는 것은 옷과 먹는 것의 근원으로서 제왕의 정치에서 먼저 힘써야 할 부분이다.”

세종대왕이 남긴 말씀을 오늘날의 정치가나 장관들이 몇명이나 알고 있는지 궁금하다.

/淸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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