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정책과 제도의 생명은 그 실효성에 있다. 정책과 제도의 취지가 아무리 옳더라도 소기의 목적이 달성되지 않거나 성과가 나타나지 않으면 그 정책과 제도는 무의미한 것이다. 우리는 이같은 상황을 경기도가 지난 93년부터 실업자 일자리 창출과 중소기업육성을 위해 조성한 각종 기금의 운용실태에서 실감하고 있다.
경기도가 도의회에 제출한 기금운용보고서에 따르면 도가 실업자 대책과 중소기업육성을 위해 1조4천500억원의 각종 기금을 조성 운용하고 있으나 집행률이 극히 미미한 실정이다. 실업대책기금의 경우 실업자 일자리 및 취업기반 확대를 위해 112억여원의 기금을 조성했으나 올해 집행률은 고작 0.04%에 불과했고, 외국산업단지 진출기금 17억원은 전혀 사용하지 않았다. 또 중소기업 유통구조개선기금도 390억원 중 집행률은
3.9%에 그쳤으며, 1조원이 넘는 중소기업 구조조정자금과 운전자금 역시 집행률은 16.7∼17.1%였다.
두말할 것도 없이 경기도가 운용하는 각종 기금은 특정한 정책목적을 위해 조성된 것으로 그 목적에 합당하게 운용되지 않으면 안된다. 그런데도 경기도가 기금의 경직운용 탓으로 가용 재원을 최대한 활용해 최대의 수혜효과를 올린다는 기금 본래의 정책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유명무실하게 한 실책은 질책받아 마땅하다고 본다.
기금운용 관계자는 수혜대상자 대부분이 담보능력 부족으로 기금손실이 우려돼 지원을 할수 없게 됐다고 하나 이는 구차스런 변명에 지나지 않는다. 이것이야말로 말썽 여지가 있는 일은 손도 대지 않는 무사안일한 공직사회의 고질적 행태가 아닐 수 없다. 일자리를 잃은 실업자와 돈 가뭄에 허덕이는 중소기업 지원을 위해 적극적이어야 할 공직자가 돈 떼일 것부터 걱정하며 금융지원을 아예 기피하는 것은 직무유기와 다름 없다.
각종 기금에 대한 이같은 소극적 운용행태는 정책기금 운용의 기술적 후진성과 경영마인드의 안일성을 종합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따라서 경기도 당국은 기금대출을 대행하는 은행으로 하여금 여신심사 기술을 발전시켜 은행 자신의 책임으로 대출이 이뤄지도록 선진기법을 연구해야 할 것이다. 지금 우리 경제는 환란 이후 최대위기를 맞고 있다. 수많은 실업자들이 일자리를 찾아 헤매고 있으며 유수한 기업들이 돈줄 찾기에 허둥대고 있다. 이런 터에 막대한 정책기금을 사장시킨 채 이들을 외면해서야 되겠는가. 도 당국의 각성을 촉구해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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