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일부터 개회한 임시국회가 하루살이 일정 속에서 운영되고 있다. 희망의 21세기를 맞이하여, 더구나 4·13 총선으로 개혁인사들이 어느 때보다 의회에 많이 진출하여 국민들의 기대가 컸는데, 오히려 국회운영은 과거 국회보다 개선은 커녕 의정사상 처음으로 정기국회 회기 내에 내년도 예산안을 통과시키지 못하는 진기록을 세울 정도로 후퇴하여 국민들을 실망시켰다.
도대체 100일의 정기국회 회기를 허송세월하면서 내년도 예산안 한번 제대로 다루지 못하고 단독국회, 국회의장 사회저지 등과 같은 파행운영을 하였다. 이제 예산안을 심도 있게 다루겠다고 하면서 임시국회를 개회하였는데, 임시국회 역시 일정도 제대로 잡지 못하고 당리당략에 의하여 허송세월하고 있으니, 참으로 한심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여당은 야당이 예산안을 담보로 국정발목잡기를 하고 있다고 비난하는가 하면,
야당은 여당이 청와대의 눈치만 보면서 당정개편 등을 이유로 국회를 제대로 운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비난하고 있다.
지금 국민들은 심각한 경제위기로 제2의 IMF를 걱정하면서 이 추운 겨울을 어떻게 넘길 수 있을지 걱정이 대단한데, 여·야당이 정치놀음만하고 있으니, 국회에 대한 신뢰는 더욱 떨어지는 것이 아닌가. 당정개편도 좋고 당총재의 민심파악을 위한 지방행차도 좋다. 그러나 내년도 예산안을 비롯한 각종 국정현안이 산적해 있는데, 이에 대한 심의를 게을리 하고 있다면 이는 국회의 직무유기가 아닌가.
이번 임시국회는 어느 때보다 처리해야 될 중요한 안건이 많이 있다. 예산안은 말할 필요도 없고 농어촌 부채경감을 위한 특별법, 인권법, 반부패기본법 등 민생관련법과 개혁을 위한 입법이 산적해 있어 연말까지 강행군을 해도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또한 한빛은행 불법대출 사건에 대한 국정조사는 물론 동방금고, 열린금고 등 벤처기업인들에 의한 대형금융비리도 국회는 파헤쳐야 된다.
하루살이식 국회운영은 안된다. 여·야는 당리당략에 의한 싸움만 하지 말고 어려운 경제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지혜를 국회에서부터 보여주어야 된다. 가뜩이나 겨울 한파로 얼어붙어 민심을 녹여줄 수 있는 국민을 위한 정치를 하기를 새삼 요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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