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모닝경기>새로운 장묘문화 도래

장사 등에 관한 법률의 전면 개정에 따라 내년 1월부터 납골·화장을 중심으로 하는 새로운 장묘 문화가 시행된다. 그러나 우리 사회에는 납골·화장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이 아직까지 팽배한 점을 볼때 이 법은 초기 단계부터 상당한 차질이 예고된다고 학계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삼국시대부터 불교의 영향으로 화장법이 성행했다.

고려시대에는 화장과 유교식 장묘문화가 함께 공존했었고, 조선시대에 와서는 유교적·풍수지리적 장묘관습이 주를 이뤘으며 이 것이 오늘날 우리가 선호하고 있는 매장문화 관습으로 이어져 내려오고 있다.

경기도가 올해 수도권 주민 1천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장묘에 대한 수도권주민의식조사’ 결과에서 60여%가 화장을 원하고 있으며, 이중 30%는 납골당 등의 시설물에 안치하겠다고 응답했다.

전국 화장률도 이미 30% 이상으로 급증하고 있으며 서울과 같은 도시지역의 경우는 무려 40∼50%에 이르고 있다.

화장문화에 대한 국민의식이 확연히 달라졌다는 사실을 뒷받침해주는 부분이다.

이와관련, 정부는 지난 1월12일 40년간 시행해온 ‘매장 및 묘지 등에 관한 법률’을 개정했다.

내년 1월13일부터 시행되는 이 법은 묘지의 면적을 축소하는 한편 시한부 매장제도(60년)도 도입, 묘지 증가를 억제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

또 사설묘지의 요금고시제를 신고제로 완화키로 하는 등 지금의 매장위주의 현행법을 납골·화장제도 중심으로 전환할 방침이다.

이 법 시행으로 그동안 화장장, 납골시설 및 장례식장 설치·관리시 받아왔던 법 적용이 대폭 완화되는 등 매장 위주의 장묘문화가 크게 개선되는 것은 물론이고 국토이용 합리화와 함께 묘지난 해결에도 일대 혁신을 가져올 것으로 정부는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유교사상이 뿌리깊은 우리의 정서상 아직까지도 화장문화에 대해 여전히 부정적이고 특히 납골시설을 혐오시설로서 인식하며 이용을 꺼리는 부분이 새로운 장묘문화 정착에 있어 매우 큰 걸림돌이 되고 있다.

이 때문에 가장 기본적인 시설들조차 제대로 마련되어 있지 않은 가운데 추진만 서두르고 있는 이 법은 초기 단계부터 차질이 예고되고 있는 것이다.

계획대로라면 현재 납골시설 위주의 공원묘지 사업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어야 하는데 도내의 경우 지금, 인·허가를 받은 업체이 전무한 실정으로, 정부의 법 개정 취지와 정반대로 극히 저조한 상태다.

이는 ‘왜 하필이면 우리 지역인가’하는 지역이기주의로 지칭되는 님비(Nimby)현상에서 비롯되고 있다.

심지어 대책추진위원회까지 조직, 이해관계가 없는 타 지역 주민들까지도 결사반대를 외치며 문제 해결을 위한 대화조차 거부하고 있다.

여주군의 B동산, 안성군의 S공원, 광주군의 S공원 등이 여기에 해당된다.

여기에다 해당 지방자치단체들마저 지역 주민들과 복잡하게 얽혀있는 이해관계 역시 이 법 시행에 있어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정부 정책에 의해 이 사업을 시행하고 있는 업체 상당수가 지금, 막대한 경비 손실을 호소하고 있다.

사업 기간이 장기간 지연이 되는 문제점들도 곳곳에서 속출하고 있다.

사정이 이러한 가운데 최근 김모씨(39)가 영남지역 모 지자체를 상대로 청구한 장례식장 건축허가신청반려처분 취소 청구소송에서 법원이 “고인의 명복을 비는 장소를 혐오시설로 볼 수 없고 정부가 합리적인 가정의례 정착 차원에서 건립을 장려하고 있는 점을 볼때 처분은 부당하다”며 원고 승소 판결을 한 것은 많은 점을 시사하고 있다.

우리나라 묘지 면적은 전 국토의 1%인 996㎢로 주택 대지 면적의 1/2, 서울시 면적의 1.6배, 전국 공장부지의 2배가 넘는 수준이다.

매년 여의도 1.2배만안 20여만기의 새로운 묘지가 생겨나면서 국토 잠식의 주된 원인이 되고 있는 것이다.

지금의 매장 방식의 장묘 수급 계획으로는 3∼5년후 부터 묘지 부족 현상이 극심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실제 공설공원묘지 대부분이 만장 상태인 평택시에 조만간 묘지 대란이 예상되고 있다.

시에 따르면 관내 3개 공설공원묘지 가운데 안중공원묘지는 지난 94년 만장을 이뤄 매장이 끝났으며, 앞으로 매장 가능 기수는 청북공원묘지 1천600여기, 송탄공원묘지 250여기 등 모두 1천850여기에 불과하다.

평택지역의 연간 사망자가 2천명에 가깝고 이중 30% 정도는 화장을 하고 상당수는 가족묘지 등에 매장돼 연간 400여구가 공설공원묘지에 매장되고 있다.

이같은 추세로는 앞으로 공설공원묘지에 4년 정도 밖에 매장할 수 없다고 분석하고 있는 시는 묘지난 해소를 위해 화장 장려는 물론 납골당 설치 등 장묘문화 개선과 새로운 공설공원묘지 조성 및 기존 공원묘지의 시설 확충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타 시·군도 사정은 마찬가지로, 경기도의 경우 현재의 화장률 추세와 납골당 수요를 감안할때 2004년부터 묘지난 현상이 두드러질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학계 전문가들은 “매장 묘지 가운데 40% 이상이 무연고 묘지로 버려진채 자연 환경을 훼손하고 있고 개인 묘지 70%가 불법 묘지와 경작이 가능한 땅에 위치, 효율적인 국토 이용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이들은 특히 “국가와 지방자치단체 역시 확고한 의지를 갖고 대처해야 국가정책사업이 표류하는 사태를 방지할 수 있고 새로운 장묘문화도 조기에 정착시킬 수 있다”고 덧붙이고 있다.

납골·화장 시설 확충에 대해 아무런 대안과 준비가 않된 상태에서 시행만을 한달여 앞두고 있는 장사법.

매장을 선호하는 인식과 화장을 권장하는 정부 정책이 공존, 혼란과 진통만이 예고된다는 지적이다.

돌아가신 사람을 편안히 모셔야 한다는 동바예의지국의 아름다운 미풍양속이 퇴색되지 않기 위해서도 장묘문화는 시대의 흐름에 따라 적절히 바뀌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최인진기자 ijchoi@kg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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