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국회 회기 절반을 헛되이 보낸 정치권이 임시국회를 열고도 쌈박질로 법정기일을 이미 넘긴 새해 예산안조차 처리치 못하고 있다. 이같은 교착상태는 자민련 교섭단체구성을 둘러싼 국회법 개정문제가 직접적인 원인이 되고 있는데다가 한나라당의 대선문건, 청와대 총기사고의 타살설이 돌출돼 더욱 혼선을 빚고 있다.
우리는 원래 다툼의 관계인 여야가 싸우는 그 자체를 나무라고자 하진 않는다. 정권장악을 최고목표로 하는 여야간에 다투지 말라는 것은 말이 아니며 여야의 밀월정치는 오히려 민주주의의 폐악이다. 그러나 어떻게 된 판인지 우리의 정치권은 싸움만이 정치의 전부로 착각하듯 해 쌈질로 날이 새고 쌈질로 날이 지는 폐해가 고질화 됐다. 사안마다 사안에 따른 사리의 분별보다는 눈치싸움이나 기세싸움에 열을 올려 정치판이 마치 시정배를 방불케 한다.
국회법 개정문제도 그렇다. 자민련의 캐스팅보트역할에 눈치싸움만 있을뿐 원칙이 없다. 한나라당은 지금 비록 반대입장을 밝히고 있으나 한때 이면합의설을 드러낸 책임이 없다 할수 없다. 민주당은 공조를 내세워 더욱 자민련 눈치보기에 매달려 있다. 정치편의를 위한 정략적 위당설법(爲黨設法)은 불가하다는 것이 우리가 생각하는 원칙이다.
한나라당의 대선문건에 대한 이회창총재의 단순 사과는 사태의 심각성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 것 같다. 언론엔 오직 시시비비만이 있을 뿐이다. 적대적 언론인 우호적 언론인의 구분이 있을 수 없으며, 비리수집이니 조직화니 하는 발상은 한나라당 원조인 민정당 군사정권시절을 연상케 하는 망발이다.
공식문건이 아닌 기조위 하부직원의 습작이라는 말도 당치 않은 것이 당의 문건에 습작과 비습작이 따로 있는 것은 아니다. 우리는 과거 일부 언론인출신의 관료나 당직자가 언론인을 더 혹독하게 다루었던 사실에 비추어 한나라당 기조위원장이 언론인 출신인 점을 주목하고자 한다.
청와대 경비원 총기사고의 살해은폐설은 무작정 아니라고만 우길일이 아니다. 청와대나 당국의 책임있는 객관적 재조사가 요구된다. 당초 알려진 것과는 달리 문제의 초소가 청와대 경외가 아니고 경내며, 관할경찰서의 현장 검증이 사건 이튿날 겨우 이루어져 초동수사를 방해당한 사실은 의혹을 떨어버리기가 어렵다.
우리는 이런저런 돌출사건에 대해 앞서 밝힌 것처럼 여야가 서로 공박하는 것을 탓하진 않겠다. 하지만 상대당 공격에 앞서 국민에 대해 겸허한 자세로 자신들을 돌아보는 양식을 갖고 싸워야 한다. 또 국회일은 그대로 일을 처리해가며 다투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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