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화일로의 경제상황이 사회복지시설을 더욱 춥게 만들고 있다. 대다수 국민들이 가난때문에 전전긍긍하는 마당에 고아원, 양로원 등이야 오죽하겠는가 싶지만 올해는 특히 사회복지시설을 돕는 온정이 과거에 비해 크게 줄어들었다고 한다. 여기에 비인가 사회복지시설까지 살펴보면 그 실정이 참담하기 짝이 없다.
3세 이하 어린이 74명이 있는 S아기집의 경우 12월 들어 고작 10여명이 방문했고 성금은 200만원에 못미쳤다. H보육원은 전화만 간간이 걸려올 뿐이어서 70여명의 어린이가 쓸쓸하게 지낸다. 47명의 청각장애 어린이가 모여 사는 S농아원도 사정은 비슷하다. 이러한 어린이집과 보육원 등은 실내인데도 어린이들이 두꺼운 방한복을 입고 지낸다. 난방비를 아끼기 위해 낮에는 보일러를 켜지 않기 때문이다.
무의탁노인 90명이 살고 있는 H양로원의 경우 이달 들어 성금과 떡 등 위문품을 갖고 찾아온 단체는 1곳, 개인후원자 1명에 불과하고 게다가 100명이던 고정후원자가 절반이나 줄었다. 특정 유료시설을 제외한 한국의 사회복지시설이 얼마나 열악한지를 알게 하는 사례들이다.
국민성금이 한데 모이는 사회복지공동모금회(전화 02-360-5990∼6)의 이웃돕기 성금모금 창구도 지난 해 이맘때 수준을 훨씬 밑돌고 있다. 이달 1∼13일까지의 전국 모금액이 11억7천만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16억원에 비해 크게 줄어든 것이다. 예년에는 기업체 성금이 모금액의 98%정도 차지했지만 올해는 기업의 연쇄부도와 경기불황 등으로 모금참여가 거의 끊겼기 때문이다.
사회복지시설을 더욱 어렵게 하는 원인은 국고와 자치단체의 빈약한 보조금, 줄어드는 후원금 때문이지만 점점 부족해지는 자원봉사자의 손길도 이유 가운데 하나이다. 그러나 우리 사회는 수 많은 과소비 향락과 ‘나만 잘 살면 된다’는 자기중심주의가 더욱 팽배해진 것 같다.
‘쌀독에서 인심 난다’고 했다. 경제가 불황이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여유가 다소 있는 사람들은 딱한 처지에 있는 이웃들에게 인심을 베풀자. 봉사의 손길을 모아 옷 한벌 덜 사고, 술 한병 덜 마시면 소외받는 이웃들의 가슴 속 슬픔이 가셔진다. 어려운 이웃을 돕는 온정이 이 추은 세밑을 훈훈하게 녹여주기를 기대하여 마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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