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경제가 또다시 위기국면으로 빠져들고 있다. 가계심리는 꽁꽁 얼어붙고 기업들은 심각한 자금난을 겪으며 부도율이 높아지고 중소제조업의 가동률이 계속 떨어지는 등 각종 지표가 날로 악화되고 있다. 통계청이 발표한 11월 소비자전망 조사결과에 따르면 6개월 전과 비교해 현재의 가계 소비심리를 나타내는 소비자 평가지수가 68.8을
기록했다.
소비자 평가지수가 100 미만이면 6개월 전에 비해 소비를 줄인 가구가 더 많다는 것을 뜻하는 11월의 이같은 수치는 소비자 평가지수조사를 시작한 98년 11월(65.9)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또 현재의 경기상황에 대한 평가는 전달 70.6에서 56.6으로 급락 98년 11월 이후 경기가 가장 어렵다고 인식하고 있다. 6개월후의 소비동향을 나타내는 소비자 기대지수도 89.8에서 84.2로 5개월 연속 떨어졌다.
이처럼 소비자들의 심리가 극도로 위축된 가운데 11월중 전국의 어음부도율이 0.63%로 전달의 0.22%에 비해 크게 증가했고 중소제조업의 평균가동률이 넉달째 하락 10월중엔 75.3%에 그쳤다. 이같이 경제불안심리가 확산되면서 보이기 시작한 위기의 징조가 각종 지표에서 구체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하나같이 우울하고 비관적인 지표와 분석들이다.
무엇 때문에 이런 위기상황이 닥친 것일까. 원인은 분명하다. 고유가와 반도체가격 급락, 그리고 환율불안 등 대외여건 악화에다 대우차 부도 금융경색 공기업·금융구조조정 지연 정부정책 불신등 대내 불안까지 겹쳤기 때문이다. 경제 전반에 퍼지고 있는 지나친 위기의식과 과도한 불안감이 소비를 위축시키고 기업의 투자를 얼어붙게 해 오히려 경기하강을 앞당기는 조짐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이 시점에서 시급한 것은 정부의 정확한 현실 인식과 비상한 대책이다. 우선 현 상황을 경제난국만이 아닌 총체적 난국으로 인식하고 해결방안을 제시해야 한다. 각 부문의 구조조정을 빨리 매듭지어 불확실 요인을 제거해야 한다. 경제문제는 경제논리로 풀되 확고한 비전과 전략을 제시하고 이를 확실히 실행함으로써 국민의 불안감을 해소시키고 기업활력을 되살려 주어야 할 것이다. 국민들이 안심하고 경제성장에 걸맞는 적절하고 건전한 소비를 할 수 있게 유도하고, 기업의 투자의욕을 높여 생산과 수출이 순조로워야 국민생활의 질이 개선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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