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주 심학산 파괴 놔둘건가

파주 5대 명산의 하나인 심학산이 대수난을 겪고 있다. 본보 기획보도에 따르면 최근 4년전부터 전원주택단지 개발 등으로 심학산 산허리 곳곳의 산림이 흉물스럽게 훼손돼 초토화 되고 있다. 특히 자연경관과 전망이 좋고 양지바른 교하면 산남·동패·서패리 일대 능선은 보존임지 경계지점인 해발 155m까지 산림이 까뭉개진 채 전원주택들로 뒤덮여 풍치를 해치고 있다.

이처럼 무분별한 난개발로 훼손된 산림이 지난 96년 이후 4년간 111건에 45만3천㎡에 이르고 있으니 놀랍기만 하다. 이중 15만여평은 공사지연 및 중단으로 울창한 산림이 잘려나가 황토를 드러낸 채 방치되고 있다. 도시의 허파기능을 하는 산림들이 이렇게 무차별적으로 훼손돼 병들어가고 있는 산하를 보고 있노라면 공분을 금할 수 없다.

더군다나 심학산은 국내외 관광객 왕래가 잦은 자유로에 인접해 있고 오두산 전망대와 함께 서부전선의 주요 군사요충지로 함부로 개발할 수 없는 지역이다. 그런데도 이러한 군사시설보호구역인 심학산의 산림훼손과 건축행위에 대해 군당국이 어떻게 ‘조건부 동의’를 남발하게 됐는지 의구심을 갖지 않을 수 없다. 군당국이 군사작전 측면의 고려보다 전원주택 건축주들의 입장을 우선 배려한듯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이해못할 것은 산림청도 마찬가지다. 파주시가 심학산 산림훼손 예방을 위한 내부지침을 만들었으나 산림보전에 힘써야 할 산림청의 반대로 시행하지 못하고 폐기한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되지 않는 일이다. 파주시가 마련한 ‘주택건설을 위한 산림형질변경 사무지침’은 무분별한 산림훼손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었음에도 산림청이 정부의 각종 규제완화시책에 역행한다며 폐지명령을 내린 것은 공직사회의 고질적 병폐인

경직성의 소치이다. 참으로 답답하고 한심한 일이다.

산림이 목재를 생산하는 경제적 가치외에 대기를 정화하고 풍수해를 방지하며, 야생조수와 생태계를 보호하고 휴식공간 제공과 정서를 순화하는 등 공익적 효용도 지니고 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맑은 공기와 깨끗한 물을 가져다 주고 아름다운 경관으로 우리의 마음을 편히 쉬게 하는 것은 경제이상의 가치인 것이다. 그런데도 지난 수십년간 정부의 녹화사업시책에 순응하며 심고 가꾸어온 산림을 분별없이 자르고 산야를

파헤치는 것은 분명히 잘못된 일이다. 더욱이 심학산엔 선사시대 지석묘가 산재해 있고 조선 도학의 거봉인 구봉 송익필선생의 유허비도 있어 보존가치 큰 산이다. 더 이상 훼손을 방치해선 안된다. 관계당국은 심학산을 자연공원으로 꾸며 주민에게 휴식공간으로 제공하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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