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시책이 일선 학교에서 제대로 먹혀들지 않고 겉돌고 있다. 교육당국의 금지조치에도 불구하고 방학 중 고교에서의 보충수업 및 자율학습이 여전히 강행되고 있는 것이다. 겨울방학에 들어간 도내 고교의 경우 대부분의 학교들이 경쟁적으로 보충수업을 실시, 고교생들이 평소와 다름없이 9시에 등교해 특기·적성교육을 명분으로 한 보충수업과 자율학습을 한뒤 오후 6시에 귀가하고 있다.
1·2학년 담임교사들이 나서 반강제적으로 종용 실시하고 있는 교육내용들도 전인교육을 지향하는 시책과는 달리 국어 영어 수학의 이른바 도구과목 위주의 수업이 진행되고 있다. 방학중 고교교실이 대입준비를 위한 주입식 학원으로 전락하고 있는 느낌이다. 교육현장에서 나타나고 있는 이같은 현상들은 대입제도 개선을 통해 고교교육의 정상화를 꾀하려는 정부 시책과 전혀 상반되는 것들이어서 우려를 금할 수 없다.
더욱이 도 교육청 당국이 방학중 일선 고교에서의 이같은 보충수업 등을 예상하고 이를 금지하는 지침을 내렸지만 개선되지 않아 재차 경고했음에도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자행되는 것은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이러고서야 어떻게 정부의 영(令)이 설 것이며, 당국의 교육시책이 제대로 일선 학교에 침투해 시행될 수 있는지 의심스럽다.
물론 입시과열로 인해 우리의 중등교육이 입시위주로 이루어지고 있는 현실적 고민을 이해못할 바 아니지만, 그러나 교육당국이 지속적으로 대입제도를 개선하려는 취지가 고교교육의 정상화에 있으므로 이에 배치되는 방학중 보충수업 등은 금지하는 것이 옳다. 지금 우리는 시험의 노예가 돼 버린 고교생과 주입식 학원으로 전락한 고교교실을 그대로 두고서는 국가 사회의 발전을 기할 수 없는 교육위기 상황에 있음을 인식해야 한다. 당국의 새 입시제도가 내신성적의 비중을 크게 높여가려는 까닭도 바로 학원식 수업을 지양하고 전인교육의 활력을 불어넣자는 데 있다고 하겠다.
따라서 학교당국은 방학중에도 학생들을 등교하도록 붙들어 놓을 것이 아니라 오히려 방학을 유익하게 보내도록 교외지도에 전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평소 학교수업에 쫓겨 소홀히 했던 교양서적을 읽게 하던가, 여행을 통해 견문을 넓히게 하고, 남을 돕는 일이 얼마나 소중한가를 실감케 하는 사회봉사참여 등 교내에선 겪지 못하는 다양한 생활을 체험할 수 있는 기회를 학생들에게 주어야 할 것이다. 그것이 전인교육에도 도움되는 길임을 유념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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