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재와 각종 사고가 돌발하는 요즘에도 119 전화의 허위·장난신고가 여전하다니 어이가 없다. 더구나 ‘허탕출동’으로 공중에 날리는 예산이 연간 수백억여원에 이른다니 여간 심각한 일이 아니다. 행정자치부에 따르면 올들어 전국 소방본부에 접수된 119 신고건수는 10월말 현재 1천218만1천807건이며 이중 장난전화가 약 40%인 485만7천890건이라는 것이다. 이같은 장난전화 비율은 1998년 75%, 1999년 64%에 비해 많이 줄어든 것인데 이는 1998년부터 일선 소방관서에 장난전화를 역추적할 수 있는 ‘119 위치정보시스템’을 구축했기 때문이다.
119 위치정보시스템은 119 신고전화가 접수될 경우 신고전화를 한 해당 전화번호는 물론 집주소, 약도까지 모두 화면상에 뜨는 최첨단 장치로 전국 142개 소방서에 구축돼 있다. 이처럼 장난전화를 건 당사자에 대한 정보를 소상히 파악할 수 있음에도 허위·장난전화가 여전한 이유는 첫째, 시민의식의 결여이고 둘째는 장난전화를 한 사람에 대한 벌금 부과 등의 조치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 그동안 일선 소방관서가 ‘119 장난전화를 역추적해 벌금을 물리겠다’고 공언해왔음에도 불구하고 올들어 119 장난전화로 인해 불이익을 당한 경우는 전국에서 단 1건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3번에 걸쳐 장난전화를 건 것으로 확인되면 사법처리하는 ‘장난전화 삼진아웃제’를 지난해 부터 시행하면서도 경고공문 발송 정도에 지나지 않았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경기도 소방재난본부의 경우 1만1천692건, 인천소방본부는 2만3천500여건의 ‘허탕출동’을 해야했으며 이로 인한 예산낭비가 경기도가 21억여원, 인천은 47억여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현재 소방법상으로는 화재를 허위로 알린 사람에 대해 1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할 수 있으며 경범죄 처벌법상으로도 10만원 이하의 벌금 또는 구류에 처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도 100만원의 벌금 부과는 너무 가혹하지 않느냐는 여론때문에 실제로 부과를 못하고 있다는 것은 사회 공공질서 확립 차원에서도 설득력이 부족하다. 크고 작은 화재와 각종 사고가 발생하는 연말연시를 맞아 불철주야 근무하는 일선 소방서에 허위·장난신고 전화가 계속 접수된다면 업무수행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할 것이다. 119신고 허위·장난전화의 일절 금지는 물론 관련법에 따른 강력한 적용은 그래서 더욱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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