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객의 이중성

영상등급위원회가 전국의 1천500명을 표본 전화조사한 설문결과 가운데 흥미있는 대목이 있다. (월보 ‘영상등급’ 12월호)

‘등급보류·수입불가 판정시, 표현의 자유 침해에 대한 공감도’ 문항에서 공감 53.9%, 비공감 43.6%로 표현의 자유 침해쪽으로 기울었다.

그리고는 다음 문항인 ‘영상물 등급분류시 가장 신경써야 할 점’에 대해서는 청소년등 보호 43.5%, 미풍양속 및 사회질서유지에 21.5%가 응답, 65%가 공공의 질서 및 풍속사범 우려를 지적했다.

다시말해 표현의 자유를 말하면서 공공의 질서와 풍속사범을 걱정하는 것은 모순이다. 심의평가에서 문제가 돼온 것이 바로 이 대목이기 때문이다. 일부에서 음란성을 창작활동으로 주장하는 것처럼 일부 관객들은 풍속사범을 걱정하면서도 음란성을 즐기는 속성이 있다.

표현의 자유와 분류의 유의점이 상반되는 경향은 바로 이같은 관객성향이 지닌 모순으로 볼수가 있다. 사실 음란성도 농도가 점점 짙어져 기준의 잣대가 달라져 가는 추세에 있다. 컴퓨터의 발달은 정보의 홍수와 함께 성 정보의 홍수를 가져왔다. 이에 거의 무방비상태인 실정에서 영화 비디오 PC게임물 등만 규제한다고 하여 청소년이 보호되고 풍속사범이 줄어든다고 보기엔 지극히 어렵다. 그렇지만 또 무관심할 수는 더욱 없는 일이다. 개방된 정보산업 사회에서 음란성규제는 어려움이 많지만 최선을 다하긴 해야 한다.

생각해보면 음란성문화 공급은 이를 탐닉하는 시장, 즉 수요가 있기 때문이다. 외설문화의 자유와 흥행을 즐기면서 청소년보호를 위해 규제해야 한다고 말하는 이중성이 항상 문제인 것이다.

/白山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