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권력 얕보기 이래선 안된다

공권력을 얕보거나 공권력에 도전하는 풍조는 어제 오늘의 문제가 아니다. 파출소에서 툭하면 난동을 부리고 음주운전을 하다 적발돼도 반항하며 단속경찰관을 폭행하기가 일쑤다. 교통법규 위반차량을 단속하기 위해 접근하는 경찰차를 들이받고 달아났다가 붙잡히면 자신의 차로 경찰관을 밀쳐 부상을 입히기도 한다. 각종 시위현장에선 공권력을 무시하는 정도가 아니라 맞대놓고 대항하기도 한다.

이처럼 죄를 짓고도 단속하는 공권력에 대항해 공무집행을 방해한 사범이 올들어 11월말까지 도내에서 1천516명이나 됐다. 공권력이 이같이 범법자들에 의해 공공연하게 공격당하는 사건이 끊이지 않는 것은 근본대책을 세우기 보다는 그때 그때 미봉책으로 사건을 얼버무려 결과적으로 공권력을 우습게 알고 겁날것 없다는 식의 그릇된 풍조를 만들어 왔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공권력에 대한 도전은 법과 법치를 거부하는 것과 같다. 범법자들이 단속 경찰관을 폭행하고 파출소 기물을 부수는 다반사적 사태를 바로잡지 못한다면 경찰의 존재가치는 무의미 하다. 국가가 경찰에게 특별한 권위와 힘을 부여하고 공공안녕과 질서유지의 책임을 맡긴 것임에도 경찰이 그 힘을 제대로 구사하지 못하고 범법자들에게 매나 맞는 신세가 되었다면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따라서 우리는 이 시점에서 공권력이 도전받는 배경에 대해서도 철저한 반성이 있어야 한다. 공권력의 권위는 엄정한 법 집행으로 생기는 것인데 그동안 우리는 법이 공정하게 집행되지 않는 사례를 너무도 많이 보아왔다. 힘있는 사람은 봐주고 힘없는 서민들에게는 엄격하게 적용하는가 하면 정치논리 앞에서 법과 공권력이 마구 휘청대는 경우도 비일비재였다. 이런 상황에선 공권력에 대한 신뢰가 생길 수 없다.

공권력은 윤리적으로도 당당해야 권위가 선다. 공무원과 경찰관의 비리가 있는 한 공권력의 권위는 바로서기 어렵다. 때문에 공권력 경시풍조가 국민들 사이에 은연중 만연된 것은 공권력이 공명정대하게만 집행되지 않은데다 스스로 도덕성을 확립하지 못한데 대한 불신탓도 없지 않다는 점에서 공권력 자체의 책임도 없지 않다. 그러나 그렇다고 이대로 계속 방치하다가는 무질서로 빚어지는 피해가 결국 국민에게 되돌려진다는 점에서 당국의 단호한 결단이 필요하다. 경찰이 국민으로부터 신임을 받기 위해서는 먼저 경찰 스스로 자신의 권위를 회복하는 각고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그리고 공권력에 맞서 공무집행을 방해하는 피의자는 강력하게 응징함으로써 그릇된 풍조를 일소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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